마돈나가 1984년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성스러운 여인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풋내기 가수가 침대 위에서,하얀 면사포를 쓴 채 농염한 몸짓으로 열창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에는 진주목걸이와 십자가가 걸려있었다. 성(聖)과 속(俗)을 절묘하게 섞은 도발이었다.

마돈나는 이 노래로 대중에게 뚜렷하게 각인됐다. "몸을 내세우는 것도 두뇌를 자랑하는 것처럼 떳떳한 일"이라는 당당한 주장도 관심을 끌었다. 1958년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 수리공의 8남매중 맏딸로 태어난 그녀는 이렇게 팝의 중심으로 다가섰다. '성녀와 요부 이미지의 조화'는 마돈나 음악활동의 기조를 이룬다. 앨범 '라이크 어 프레이어(Like a Frayer)'에서는 검은 속치마 차림으로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춤을 추고 '프로즌(Frozen)'에서는 우주의 신비를 보여준다. 성적 쾌락을 주제로 한 사진집을 펴내는가 하면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은 앨범을 내놓기도 한다.

그녀의 지치지 않는 도발에 팬들은 열광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루스 피카르디는 '갑자기 모순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마돈나는 가벼운 포르노의 주인공 같은 옷차림을 했지만 그녀의 가장 열렬한 팬은 바로 여성들이었다'고 '포스트모던 신화 마돈나'라는 책에서 썼다. 지금까지 팔려나간 음반은 2억장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5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년 동안 마돈나가 1400억여원을 벌어들여 음악계에서 최고의 수입을 올렸다고 전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계속한데다 앨범 발매,스폰서 계약,하드 캔디 판매 등이 늘어난 덕이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기로 했던 공연이 지난 16일 무대붕괴 사고로 취소됐지만 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게 틀림없다.

스무살 되던 해 단돈 35달러를 갖고 뉴욕에 도착한 마돈나가 택시 기사에게 부탁한 말은 "세상의 한가운데 내려달라"였다고 한다. 그곳이 타임스 스퀘어다. 가진 것,내세울 것은 없지만 거친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었을 게다. 그 다짐대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등극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피하지 말고 맞서라.그게 마돈나의 성공코드이자 긴 불황에 지쳐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