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뇌사 상태'] 이달 겨우 55대 판매…당장 파업 풀어도 정상화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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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쇄파업' 두달째, 1만8000여대 생산차질 2300억원 매출손실
영업망 붕괴ㆍ사원 이탈, 최대 채권단 부품협력사 "이대로라면 파산이 낫다"
'옥쇄파업' 두달째, 1만8000여대 생산차질 2300억원 매출손실
영업망 붕괴ㆍ사원 이탈, 최대 채권단 부품협력사 "이대로라면 파산이 낫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가 정리해고에 반대한다며 공장 문을 걸어잠그는 '옥쇄파업'에 나선 지 18일로 58일째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대수가 지난 15일 기준으로 1만800여대,매출손실액이 230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노조가 이달 말까지 파업을 풀지 않으면 총 31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노사간 극한 대치로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지금 당장 파업을 풀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채권단,8월1일 파산신청서 제출
쌍용자동차의 최대 채권단인 부품협력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사태 해결이 지연될 경우 다음 달 1일 법원에 조기파산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갈수록 쌍용차 자산가치만 떨어지고 있어 조속히 파산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결론"이라며 "산업은행보다 많은 3000여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법원이 우리 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이 쌍용차의 조기파산 신청서를 내려는 것은 산은과 달리 채권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쌍용차 회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회생채권이라도 하루 빨리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유일 쌍용차 법정관리인도 "노조에 제시한 희망퇴직 등 최종안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향후 채권단 또는 법정관리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가 종료되고 오는 9월15일로 예정된 채권단 집회 이전에 파산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이 경우 쌍용차 전 직원이 해고되고,자산 분할매각 절차가 개시된다.
◆당장 파업 풀어도 생존까진 험로
노조가 당장 파업을 풀고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면파업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된 데다 영업망이 상당부분 붕괴됐기 때문이다. 수십 곳의 협력업체들이 이미 도산해 부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5월 초 만해도 쌍용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 더 높았지만,지금도 존속가치가 더 높은지를 장담할 수 없다"며 "쌍용차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지금 판매를 재개해도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망이 망가진 점도 쌍용차엔 치명타다. 쌍용차는 지난달 수출을 포함해 판매량이 217대에 불과했고,이 달 들어선 55대에 그쳤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전국 140개 판매점은 영업사원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쌍용차 대리점 관계자는 "능력있는 영업사원들이 다 떠난 상태여서 재개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올초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주요 딜러였던 아주모터스가 GM대우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일단 생산을 재개한 뒤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겠다는 쌍용차 계획도 벽에 부닥쳤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넣으면 다른 완성차나 다른 업종과의 차별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며 "파업 장기화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추가 대출의 관건은 쌍용차의 정상화 및 상환능력"이라며 "(정책적인 고려가 없을 경우)지금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마지막 희망은 노조의 근본적인 변화"
전문가들은 노조가 당장 파업을 풀고,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게 쌍용차 회생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도 노조가 자발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다양한 문제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노조가 변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주면 공적자금 투입이나 판매 확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쌍용차는 이미 수개월 전 뇌사상태에 빠진 것과 마찬가지인데 노사 모두 답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노사간 협의 자리를 적극 주선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노조가 파업을 풀더라도 내수시장 확대나 제3자 인수를 기대하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결국 경영진이 해외시장을 적극 뚫거나 외국 브랜드의 주문자생산 방식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