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3대 철광석업체인 호주 리오틴토의 직원들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체포한 사건이 양국 간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친중파인 케빈 러드 호주 총리가 "세계가 중국을 보고 있다"고 압박을 가하자 16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가 중국의 사법 주권에 간섭한다고 진실이 바뀌거나 중국이 법 진행을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리오틴토는 중국 주재원들에게 철수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중국 정부는 리오틴토가 뇌물수수뿐 아니라 탈세 혐의까지 있다고 흘리고 있다.


◆중국의 리오틴토 부도덕기업 만들기


리오틴토는 지금 중국에서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다. 동방조보는 17일 리오틴토 상하이 직원 50여명이 지난해 낸 개인소득세가 평균 1000위안(약 18만원)으로 중국 민영기업보다 훨씬 작은 수준이라며 탈세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스턴 후 리오틴토 상하이 대표의 연봉은 인센티브를 제외해도 10만달러에 이른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중국 정부는 리오틴토가 16개 중국 철강업체에 전방위적으로 뇌물을 뿌렸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중국 언론들은 "리오틴토 스파이 사건이 중국 경제 안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중국청년보),"광산업의 무간도(조폭과 경찰이 서로 첩자를 심은 내용의 홍콩 영화),중국 철강업체의 비밀을 어떻게 장악했을까"(인민일보 웹사이트) 등 연일 리오틴토 직원 체포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국제선구보도는 "철강업계의 비밀 유출은 국방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리오틴토 사건은 빙산의 일각으로 해외 경제스파이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반격과 서방의 협공

이에 대해 리오틴토는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 이어 철강산업 분석 애널리스트들을 중국에서 철수시켰다. 앞서 중국을 방문 중인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중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중국 근로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리오틴토 문제를 제기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국가기밀 범위의 모호함과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16일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는 리오틴토 직원이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중국 측 주장을 상기시킨 뒤 "성장률 통계가 사전에 유출된 것도 국가기밀 누설죄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정부의 공식 발표 전 징화스바오(京華時報) 등 중국 언론 일부에 2분기 성장률이 정확히 보도된 것을 비꼰 것이다.

이에 대해 리샤오차오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조사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 친강 대변인은 "100년 전통을 가진 언론사 기자가 경제 데이터와 국가기밀을 구분하지 못하느냐"면서 "공부 좀 더 해야겠다"고 답했다.


◆중국 자원패권이 분쟁의 출발점

국제금융계에서는 195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국영 차이날코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리오틴토가 BHP빌리턴과 합작하기로 한 것에 중국이 불만을 갖고 있는 데다,리오틴토가 중국이 요구해온 철광석 가격 인하폭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게 이번 스파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은 공급업체가 주도해온 가격결정권을 뺏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리오틴토 인수 추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지만 무산됐다. 일본과 한국 철강업계가 이미 올해 적용될 철광석 가격을 전년 대비 33% 인하하는 선에서 합의했지만 중국은 40% 이상 인하를 요구하며 버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철강업계가 리오틴토와의 철광석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브라질 발레로 협상 대상을 바꿀 것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도 이번 사태가 중국 내에서는 반외자 정서,해외에서는 반중국 정서를 부추길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해법이 주목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