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동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던 헝가리가 1년여 만에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때 디폴트(채무 불이행) 도미노까지 우려됐던 동구권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17일 10억유로(14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채권은 리보금리에 3.9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추가한 연 6.75%로 발행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에 발행한 같은 5년 만기 유로채(연 5.9%)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번 유로채 발행에 총 29억유로의 주문이 몰려 당초 예상 규모(5억유로)를 크게 웃돌았다고 덧붙였다.

헝가리는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화 채권을 발행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중 · 동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IMF로부터 157억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외채 발행 성공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헝가리의 대외신인도가 어느 정도 회복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코 페테르 헝가리 재무장관은 "헝가리는 국가 신인도가 거의 정상적으로 제 궤도를 찾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금융시장 회복 기조가 이어진다면 헝가리는 더 이상 IMF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테르 장관은 지난 14일 "IMF에 내년 3월로 끝나는 자금 지원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면 적절한 협상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선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재정적자 △높은 외채 의존도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인해 외부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해 루마니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계단 낮추고,폴란드의 신용전망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