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자신의 참모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참모들 모두가 반대하는 주제였기에 대통령은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각자가 반대하는 이유를 묻고 들었다. 그리고는 회의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으니 이 안건은 그대로 추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모두가 반대한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실컷 듣고 나서는 원안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말에 아연해 하는 참모들에게 이어진 얘기는 "여러분이 안 된다고 설명한 이유들이 이 안건을 올리기 전에 이미 내가 많이 고민해 보았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까 해서 회의를 소집한 것인데…." 민주주의의 상징인 링컨조차도 조직 내의 의사 결정 과정까지 민주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나라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분위기로 보아서는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하지만,심지어 독재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주요 경력 중 하나가 기업 경영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나 역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입장이 헤아려지고 그럴 수 있겠다는 동류의식을 가질 때가 있다. 할 일도 많고 그 일 하기도 바빠 죽을 지경인데 의견 통일도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자꾸 국민적 공감대라는 이름으로 소모적 논쟁만 하자고 한다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정치에 있어서는 효율성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긴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리 입장이나 이념이 다른 상대라도 시시콜콜 다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뿐 아니라,오히려 섣불리 효율성만을 앞세워 서둘러 처리하려 들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응해야 하는 기업 경영에서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고,그래서 때로는 비효율이라는 이유로 민주주의 의사 결정 과정 자체가 무시되기도 한다. 리더 한 사람의 판단과 결정으로 조직 전체가 무조건 믿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문제는,정치에서의 비효율성만큼이나 경영에서의 독단과 전횡에 대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너 경영은 절대권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리더의 판단력과 실행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의사 결정 형태가 될 수 있겠지만,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은 스스로 부패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외부의 힘에 의해 무너지기보다는 스스로 내부에서 부패하면서 무너지는 것이다. 절대권력을 지닌 경영자는 누가 자신의 감시자가 되어 줄 것인지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기꺼이 감시자들의 눈치를 볼 줄 알아야 자기 스스로 부패하지 않는다.

이전에 우리는 정치를 얘기할 때 권력의 독점과 전횡을 생각했고,기업 경영을 얘기할 때 효율성을 떠올렸는데,이제는 이렇게 뒤바뀐 관계어가 글의 주제가 되는 것을 보니 그만큼 세상도 성숙해졌나 보다.

박종욱 로얄&컴퍼니(옛로얄TOTO)대표 jwpark@iroy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