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경기 회복 관련 발언 이후 월가에서는 비관론에 돈을 거는 '마이너스 베팅'이 줄어든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나 기업실적은 증시 앞날에 기대를 갖게 할 만큼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경제지표는 소비가 먼저 숨통이 트이면서 재고 감소와 일부 생산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며 전형적인 불황탈출형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기업실적도 골드만삭스 인텔 등과 같은 상징성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또 경색됐던 국제자금시장이 풀리기 시작한 지는 비교적 오래됐다. 대표적 글로벌 유동성 지표인 리보금리(런던 시중은행 간 금리)는 0%대에 진입했다. 달러기근지표인 리보금리와 초단기 대출금리 간 스프레드는 한때 400bp까지 벌어졌다가 최근에 리먼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하지만 경기와 증시의 앞날을 여전히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앞으로 주가가 5~10% 정도의 조정이 아니라 30% 내외의 큰 폭 하락을 보일 것이란 게 이들 비관론자의 시각이다. 이 정도의 하락이라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가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더블 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앞으로 경기와 증시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대폭적 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가가 오르고 실물경기를 끌어올리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금리인하 등과 같은 계기가 있을때 유동성이 풀릴 기대감으로 주가가 잠시 오르다가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금융 불안이 다시 찾아오는 시나리오다. 어떤 경우를 상정하느냐에 따라 올 들어 글로벌 주가가 35% 이상 오른 것에 대한 해석과 향후 투자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시각대로라면 지금이 또 다른 기회인 셈이다. 반면 후자의 시각이라면 지금이 주식을 팔아야 할 좋은 시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상관없이 논쟁 그 자체를 중시하는 투자자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 사태 이후 일방적인 비관론 속에 이제는 극단적인 비관론조차 완화된다면 그만큼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가장 발빠르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 벌처펀드다. 벌처펀드란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 비유된 펀드를 말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내적 가치가 견실하면서도 무형의 가치를 받지 못하고 일종의 셀(cell) 형태로 나오는 기업만을 인수 · 합병(M&A)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무형의 가치까지 평가받아 되파는 것이 벌처펀드의 전형적 투자 행태다.

일종의 '체리 피킹'에 해당하는 저가의 M&A시장은 앞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현금흐름이 좋은 국내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은 올 하반기에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나오는 좋은 기업을 골라 M&A할 경우 큰 수익을 거두거나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는 비관론에 돈을 거는 '마이너스 베팅'을 하는 것보다 벌처펀드의 투자전략이 더 나아 보인다. 일부라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대해 선물 매도에 나서고,은행은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리면 우리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기 시작한 경기와 주가가 완전히 살아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최선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악덕이 되는 '구성의 오류'나,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외부 불경제'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자신이 속한 국가나 기업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때다. 그것이 남아 있는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