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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성삼문이 일깨워준 개헌논의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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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도구일뿐 마음이 정치 근본, 당리당락떠나 위민하는 자세필요
    세종 29년에 문과중시(文科重試)가 시행됐는데 이는 당하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적인 승진 시험이었다. 임금이 내린 책문(策問)은 "법이 제정되면 그에 따라 폐단도 함께 생기니,그것이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공통된 근심거리"이므로 이의 대책을 논하라는 것이었다. 고려 때는 대신들이 권력을 휘둘러 그 폐해가 컸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이를 거울삼아 크고 작은 일을 모두 임금의 재결을 받도록 해 의정부가 마음대로 결단하지 못하도록 했는데,이제 와서 승정원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도 임금이 제시한 '근심거리' 중의 하나였다.

    지난주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의 공론화를 제안했다. '법 중의 법'인 헌법이 '오늘날의 근심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국회의장의 발언은 차제에 정치발전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요소들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대변한 것이다. 이들 견해를 정리해보면,첫째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둘째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단기적 정책에 집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는 정파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국론분열만 초래할 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인간이 만든 어떠한 법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그 법을 만든 사회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과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역사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 법이 '근심거리'가 되고 손질할 필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근대헌법의 큰 틀 속에서 다른 나라들도 크고 작은 헌법 개정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1787년 대통령제를 창시한 미국의 헌법은 처음에는 대통령에게 무제한의 연임을 허용했다. 연임이라는 인센티브야말로 대통령이 자신의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한다는 해밀턴의 정치사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미국의 대통령들은 재선에 그쳤으며 뉴딜과 세계대전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4선을 기록한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1951년 미국은 수정헌법 제22조에 의해 4년 중임제를 채택했다. 흔히들 미국의 4년 중임제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6년 단임제로 하자는 주장과 아예 연임제한을 철폐하자는 엇갈린 헌법 수정 제안들이 지난 30년간 매 회기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어떠한가. 1946년 출범한 제4공화정의 헌법은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제도였는데 12년간 21명의 수상이 난립하는 등 '정부의 위기'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1958년 드골의 주도로 제 5공화정이 수립돼 수상지명권,의회해산권,국무회의 주재 권한을 모두 갖췄을 뿐 아니라 연임까지 허용되는 7년 임기의 강력한 대통령제가 탄생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의회 구성이 불리하면 예외 없이 의회를 해산해 총선을 실시하는 등 그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니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없을 리 없다.

    이들의 사례는 무엇보다 우리 헌법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는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 등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여기에서 앞서 말한 시험에서 장원을 차지한 성삼문의 답안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마음은 정치의 근본이고,법은 정치의 도구"라고 했다. 인간사회는 변하게 마련이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연히 그에 맞는 정치를 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당리당략을 떠나 정치의 근본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헌법 개정에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허구생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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