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이 필리핀 현지에 바이오에탄올 원료인 해조류를 양식할 수 있는 100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에탄올 개발업체인 '바이올시스템즈'는 필리핀 보홀주 탁빌라란시에서 김경수 사장과 에리코 오멘타도 보홀 주지사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대규모 양식장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OU에 따르면 바이올시스템즈는 필리핀 보홀주에서 올해 연말까지 해조류 종묘양식장 부지 500㏊와 생산양식장 10만㏊(연안 바다와 육지 포함)를 제공받기로 했다. 보홀주는 이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해 주고 해당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세금감면 및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보홀주는 또 인접한 다른 주와 협의해 양식장 부지를 90만㏊가량 추가 확보해 주는 방안도 바이올시스템즈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바이올시스템즈는 서울시 면적의 16배,여의도 면적의 1178배에 달하는 총 100만㏊의 대규모 양식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사장은 "올해는 해조류 종묘양식장과 1만㏊ 규모의 생산양식장 조성에 나선 뒤 내년부터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양식장에 이어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공장도 현지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바이올시스템즈는 하반기 중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파일럿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되는 이 플랜트는 하루 4000ℓ의 에탄올을 양산하게 된다. 바이올시스템즈는 이 플랜트를 시범 운영한 뒤 2012년까지 하루 40만ℓ,연간 1억2000만ℓ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도 추가 건립하기로 했다.

바이올시스템즈는 해조류 양식장 및 바이오에탄올 공장 설립을 위해 올해 50억원을 시작으로 총 5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리핀 3대 기업인 로페즈그룹과 다음 달 중 공동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한편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기업과의 합작투자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MOU 체결에는 최중경 주 필리핀 대사(전 기획재정부 차관)가 산파 역할을 했다. 최 대사는 바이올시스템즈 측에 보홀주와의 협상을 주선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바이올시스템즈 관계자가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바이오에탄올=사탕수수나 고구마,해조류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미국 브라질 등이 본격 양산하고 있다. 한국도 이달 초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국내외에 200만㏊의 해조류 바다양식장을 조성, 바이오에탄올 원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