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여파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추락하는 사이 살아남은 기업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이른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은 주목해볼 만한 현상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에 당초 예상치보다 40% 정도 웃도는 순이익을 올렸으며,메모리반도체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대형 반도체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기업들이 잇따라 도태되는 틈을 타 세계 선두권 기업들이 여타 동종 기업들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급속도로 확대 ·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승자독식현상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불황 등 경제 위기가 몰려올 때마다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적극 활용한 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돼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불황을 겪을 때마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인수 합병해 세계 최대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런가 하면 핀란드 노키아는 1980년대 말 북유럽에 금융위기가 몰아닥치자 기존의 문어발식 전략을 접고 대신 IT(정보기술)분야에 집중함으로써 휴대폰 분야 정상을 차지했다.

우리 기업들이 풍부한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한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경우 경쟁력이 약한 기업부터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승자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게 뻔한 만큼 미리부터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물론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최근 들어 첨단 제품생산 시설 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는 등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져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규모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전문 인력 양성 확보 등을 통해 LCD 8세대나 하이브리드카 등 차세대 관련 시장에서 승자독식의 기회를 선점하는 일이다. 정부 또한 과감한 규제 혁파(革罷)와 기업 구조조정작업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