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는 20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과 관련해 마찰을 빚어온 지역 업계 및 기관들과 '윈윈(win-win)' 방안을 찾을 때까지 개점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옥련점은 당초 21일 개점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개점을 강행할 경우 발생할 물리적 충돌 사태를 예방하고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출점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의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들여 21일 옥련점에 대해 영업 일시정지를 권고하기로 방침을 세웠던 중소기업청은 권고 결정을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중기청은 정부의 개입보다는 이해 당사자 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삼성테스코의 결정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양측의 협의 과정을 지켜본 후 '일시정지 권고'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삼성테스코가 개점을 보류하고 한발 물러선 것은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 방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업조정 신청은 SSM을 포함해 유통업계에서 발생한 첫번째 사업조정 신청 사례이기 때문이다. 일시정지 권고는 급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라는 사전 조치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대형 유통업체에 처음으로 내려지는 조치로 상징성이 크다.

실제로 일시정지 권고가 나올 경우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로 대외 이미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삼성테스코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인근 상인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며 물품 반입을 저지해 현실적으로 개점이 어렵다는 점도 보류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삼성테스코와 지역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상생 방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 상인들은 옥련점의 출점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삼성테스코는 출점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슈퍼조합 관계자는 "출점을 철회하는 방법 외에 어떤 협의도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삼성테스코가 상인들의 실력 행사에 밀려 예정된 개점을 보류해 향후 SSM과 관련된 사업조정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삼성테스코의 SSM 입점 저지를 위해 사업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21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시민단체인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이 20일 밝혔다. 인천 부평구 갈산동과 안양 중앙시장 인근에 각각 출점 예정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점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중소상인 단체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