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 인연을 큰 인연으로 만들라고 전한다. 일시적으로 사업이 침체 되었을지라도 인연을 소중히 여긴 이는 재기하기 쉽다. 삶의 최종 목적은 사업이 아니라 인생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만난다. 그런 나를 보고 남들은 인연 관리를 잘 한다고 한다. 사실 나의 인연 관리 노하우는 아주 단순하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되도록 그 인연을 오래 지키기는 것이다. 

나이가 있어선지 그동안 만난 인연이 쌓이고 쌓여 꽤 넓은 인맥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나이까지 한몫 해 그 인연들이 이제는 좋은 위치에 있는 경우도 많다. 처음 만났을 때는 모두 빈손이었지만 세월 탓에 삶의 경험이 더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인연의 위기는 바로 이맘때가 아닌가 싶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또 그 아는 사람들이 높은 위치에 있을 때, 곤란한 경우도 많고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아진다. 이럴수록 몇 가지 원칙만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째, 되도록 사적인 부탁은 하지 않는다.
둘째, 항상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을 유지한다.
셋째, 함부로 남을 소개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원칙에 어긋날 때도 많지만 그나마 지금까지 잘 지켜왔기에 오랜 인연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젊은 사업가가 찾아왔다. 그는 평소 나의 인연 관리 노하우를 부러워했다. 높은 위치에 있건, 재산이 많은 사람이건 그저 소탈하게 친구처럼 지내는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그는 얼마 전 자신에게 생긴 일 때문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저는 나이에 비해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그 사람들을 모두 소개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만나겠다고 제안해와 사심 없이 소개해줬는데 만난 자리에서 다짜고짜 사업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공든 탑을 무너뜨려도 유분수죠. 이제 무슨 얼굴로 그 사람들을 만납니까?"
그는 폭넓은 인연들에게 얻은 정보, 사업적인 수완, 인생철학 등으로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사업 얘기야말로 인연을 그르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보왕삼매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일을 도모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사람을 만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개중에는 개인적, 사업적인 목적으로 인연을 만나다 좋은 인연까지 그르치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나 역시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왔기에 인연을 사업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알고 있다.  

만약 자신의 비즈니스가 잘 되길 바란다면, 남에게 사업에 필요한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 부탁하지 말고 그냥 웃으면서 인연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그 자체가 공덕이요, 일을 성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니 말이다.
인연에 대해 착각하기 쉬운 게 한 가지 있다. 죽자 사자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인연이 아니다. 전화번호 두텁다고 인연 관리를 잘 했다고 보면 착각이다. 자고로 인연은 물 흐르듯 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아닌가.

정체된 인연엔 순수함이 사라진다. 인연은 한결같아야 하되 시시각각 변해야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윽한 차 향기처럼 늘 그립고 새로울 수 있다. 오는 인연 막지 말고 가는 인연 잡지 말자. 이것이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내 인연 관리의 숨겨진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것이다.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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