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다섯차례 시도끝에 박스권(1350~1450) 상단 돌파에 성공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연중 고점(1447.85)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외국인과 프로그램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1450선은 물론 1460선까지 잇따라 돌파했다. 이날 오전 10시 48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5.36포인트(1.76%) 오른 1465.4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말 박스권 상단에 도달한 코스피 지수가 갭상승을 나타내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박스권 돌파 후 안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 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아오던 미국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을 앞세워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 8000선 붕괴를 위협받던 다우지수는 골드만삭스와 인텔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지난 한주 동안 7.3% 이상 급등하며 주간 단위로 5주만에 상승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 증시는 다시 좁은 박스권에서 상단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기업 이익 발표 추이를 볼 때 미국 증시의 박스권 돌파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80%(예상치와 실제치 동일 포함)에 이르고 있다.

어닝 시즌을 앞두고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거나 기대감으로 주가가 먼저 오른 게 없는 만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미국 증시의 박스권 돌파 전망 사유에 대해 "눈높이가 충분히 낮아져 있는 만큼 실제 실적 발표가 예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점]박스권 상단 돌파…"안착 가능성 높다"
박스권 상단에 이른 후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 상승에 긍정적이다. 과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박스권 하단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상단부에서는 매도에 나서거나 매수강도가 급격히 약해졌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박스권 상단에서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탄탄한 모습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와 인텔은 국내기업과 비교할 경우 실적개선의 정도 측면에서 생각보다 못한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뜨겁게 반응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 1분기 실적개선에 환호했던 것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이머징 국가의 경우 1분기에 경기회복 신호와 기업실적 개선이 진행되며 주가도 차별적인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선진국의 경우 2분기 들어서야 경기회복과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연구원은 "물론 어닝시즌을 앞두고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컸고 현재도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지만 경기나 기업실적 회복 초기 국면을 지나는 과정에서의 딜레마(경기회복 강도에 대한 우려)를 일단 한단계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심리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수급개선이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향 돌파를 시도한 지난 주말 이후 국내 증시에서 매기가 다소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IT, 자동차에 이어 증권, 은행 등 금융주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IT, 자동차 만으로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고 안착하기는 만만치 않은 만큼 매기 확산은 지수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IT, 자동차의 비중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가운데 매기가 확산되는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