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대의명분이냐,실용적인 재활용이냐.'

지난 4월 발생한 중국산 석면탤크 파동으로 회수된 의약품에서 탤크만을 제거한 원료를 추출해 다시 쓰자는 방안이 제기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책적 판단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거둬들인 의약품은 120개사 1122개 품목으로,20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20일 제약업계 및 식약청에 따르면 일양약품 등 일부 제약업체들은 최근 식약청에 "회수된 의약품에서 탤크를 제거해 유효성분 원료만을 재활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방안을 처음 제안한 일양약품 관계자는 "단일성분 의약품의 경우 약품 표피코팅에 쓰인 탤크를 안전하게 분리하는 데 기술적으로나 약리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경제적 가치가 큰 의약품 원료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하이트린의 경우 원료 1㎏ 수입가격이 6000만원을 넘어 금 1㎏(약 3800만원)보다 비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회수의약품으로부터 탤크를 안전하게 분리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다. 윤성화 아주대 의학화학부 교수는 "광물질인 탤크는 유기물인 약품원료와 달리 유기용매에 녹지 않아 간단한 용매추출법으로 거의 100% 분리해 낼 수 있다"며 "화학연구원 등 제3의 기관에 의뢰해 회수된 의약완제품에 탤크 성분이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는지를 확인한 뒤 (탤크) 추출 과정을 거치면 약효성분의 재활용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재활용 방안이 받아들여지면 최소 1000억원어치 이상의 회수의약품이 약품 원료 등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제약사 관계자는 "탤크 의약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모두 폐기하라는 것은 심각한 자원 낭비"라며 "무해성을 다시 한번 검증한 뒤 재활용 여부를 결정하면 소비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이미 결정한 폐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기술적으로 탤크 성분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원료 재활용 방안은 처음 나온 대안인 만큼 일단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 4월 일부 의약품에 석면이 오염된 중국산 탤크가 함유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민불안 해소'를 이유로 이미 생산됐거나 유통 중인 탤크 함유 의약품을 회수해 폐기키로 했다. 그러나 독성학자들과 의약품 전문가 대다수는 문제가 된 석면탤크 의약품에 대해 '인체에 해를 입힐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