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본격적인 '서머랠리'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를 바탕으로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상승장이 휴가철인 이달과 다음 달까지 이어지면서 1500선은 물론 1600선도 탈환할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잇따라 뛰어넘고 있는 데다 3분기 실적도 좋을 것이란 전망이 속출,이 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들의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내다보고 있어 관심이다.

◆"박스권 장세 마무리" 평가

증권사들은 20일 코스피지수가 1478.51까지 뛰어오르자 지난 5월부터 3개월 가까이 지속된 박스권 장세가 이젠 마무리됐다고 진단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코스피가 이달 중 1500선까지 오르고 다음 달에도 상승세를 지속,1690선에서 고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이재만 연구원은 "미국이 2분기와 3분기에 감세 · 실업급여 지급 확대 등 소비 진작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며 "이 같은 정책의 효과가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글로벌증시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내수부양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이번 서머랠리는 코스피지수를 1500대 중반까지 올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르면 3분기 말엔 국내 증시의 연평균 순자산가치를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 수준인 162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도 다음 달까지 1600선이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 증권사 류용석 연구원은 "증시 주도주인 IT(정보기술) · 자동차 · 은행 등이 펀더멘털(내재가치)을 기준으로 할 때 현 주가에서 10% 정도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어 코스피지수도 16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앞으로 경기선행지수가 단기 고점을 찍거나, 3분기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지 않는 한 증시가 상승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으로 주가가 1540선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면서도 "그 뒤엔 기업실적 개선 속도보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3분기 이후 기업실적 개선이 관건

3분기까지는 기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4분기 실적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3분기에 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예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나 기업실적이 3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미국의 잠재부실 우려와 '출구전략' 논의까지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주가는 3분기에 고점에 달한 뒤 추가 상승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기업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상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2분기 실적 때문이 아니라 하반기 실적전망이 밝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반기엔 미국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여기에 중국의 내수부양 효과까지 겹쳐 한국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유럽계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실적과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아질 게 분명하다는 판단이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이라며 "시장이 우려하는 출구전략은 내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