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일 대규모 녹색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2013년을 시한으로 녹색경영을 구현해나갈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을 담은 점이 주목된다. 수백개의 협력업체도 5개년 로드맵에 동참시켰다. 1992년 지구환경연구소 창립과 동시에 그룹 차원의 환경경영 방침을 선언한 이후 1996년 녹색경영 선언,1999년 5대 녹색경영 방침 선포 등을 내놓은 데 이어 10년 만에 업그레이드된 '녹색 마스터 플랜'을 마련한 것이다.

◆녹색경영은 생존의 필수조건

삼성이 세부적인 실천전략을 구체화하고 나선 것은 향후 녹색경영의 성공 여부가 제품과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대신 신 · 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리 정부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 · 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데 이어 기후변화종합대책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그린 레이스(Green Race)'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삼성은 이 같은 흐름을 반박자 더 빠르게 올라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만 잘해서는 곤란하다"

이날 발표된 녹색경영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업체와 지역사회를 파트너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52% 수준인 협력업체의 환경경영시스템 구축률을 2013년까지 100%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배출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전 협력업체에 설치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신상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환경친화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온실가스 배출 상황도 일일이 체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협력업체는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수명이 다한 가전을 수거할 수 있는 거점을 전 세계로 넓히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35개국 571개소인 폐휴대폰 수거 센터를 2013년까지 77개국 1614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 쓴 프린터 카트리지를 회수하는 국가도 같은 기간 10개국에서 30개국으로 늘릴 방침이다.

전 세계에 '삼성=친환경'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한 전략도 담았다. 환경 이슈에 초점을 맞춘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미국 CES,독일 IFA 등 주요 전자제품 전시회에 '친환경관'을 별도로 설치할 예정이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 NGO가 주도하는 친환경 지수 조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산업계에 녹색 열풍 확산

온실가스 절감과 친환경 제품 개발은 전 산업계의 공통 관심사다.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대응한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한발 나아가 탄소배출권이나 친환경 기술을 수출하는 단계까지 환경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이 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완제품을 다루는 업체들은 에너지 소모가 적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 많아지면 전기 소모가 줄고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도 더불어 절감할 수 있어서다.

청정 에너지 사업도 활발하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9월 경북 김천에 2만6000㎿급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LG솔라에너지도 지난해 7월부터 충남 태안에 14㎿급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