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치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안정을 보이면서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각국 정부가 중고차를 연료 효율이 높은 친환경차로 바꾸면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데요.미국은 이달 말부터 중고차를 새차로 교환할 때 대당 최대 4500달러를 지원하게 됩니다.

월가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경기 침체 탓에 차 딜러들이 재고를 계속 줄여온데다,신차 교환 수요가 점차 살아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입니다.특히 2010년 1분기 미국 차 생산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신흥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지난 6월 중국의 차 판매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6.5% 증가했고 2월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인도는 6월 차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13.5% 늘었습니다.브라질 등 남미 시장도 3월이후 뚜렷한 회복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일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하지만 경기 부양 차원에서 마련된 각국 정부의 차구매 지원책이 중단되면 차 판매가 다시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때문에 각국 정부들은 소비자금융이 완전히 정상화되고 소비자 신뢰가 살아날 때까지 서서히 지원책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경기 부양 차원의 미국 재정 정책은 적어도 201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 살아나도 실업률 고공행진은 계속될 듯

미국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률과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대체로 경제학자들과 월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실업률이 10.5%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2011년 하반기 9%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도 예전같이 5∼6대로 실업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인데요.

래리 메이어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사는 실업률 5% 내외인 완전고용상태는 2015년까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200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콜롬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도 5% 내외의 실업률을 기대하는 건 꿈같은 얘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기가 진정돼도 예전같이 소비자 금융이 활성화되기 어려운데다 주택가격 침체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자 수요가 당분간 약할 것이란 이유인데요.경제전문가들은 예전같이 차입을 통해 왕성하게 소비하면서 미국에서 빚어진 거품이 다시 형성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실업률 전망대로라면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도 소비증가율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때문에 강한 경제 회복보다는 오랜 시간을 두고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