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 헤지 수단인 키코(KIKO)로 인해 큰 손실을 봤던 기업들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분기말 138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분기말엔 1273원으로 뚝 떨어져서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상당수 키코 관련 업체들은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평가이익까지 기대되고 있다.

실제 대창공업은 올 2분기 107억원의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발생했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이 가운데 약 80%는 환율 상승 덕분에 과거 평가손실로 처리됐던 부분이 환입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창공업의 주가는 지난 14일부터 20까지 20% 가량 올랐다.

하지만 평가이익은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익흥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키코 관련 평가손익은 현금흐름표 상에서 현금 유·출입이 없는 비용으로 표시된다"며 "이는 실제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단순히 금액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대창공업의 경우 파생상품 거래이익은 28억원이었고, 파생상품 평가이익은 80억원이었다. 대창공업 관계자는 "평가이익이 현금으로 기업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환율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키코 관련 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가손익과 무관한 '영업이익'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키코 관련 기업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기순손익 보다는 영업이익의 개선세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파생상품 관련 평가손익은 재무제표상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변종만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코 관련 기업들의 파생상품 평가손익 부분은 각 기업들의 계약 종료 시점 등을 따져봐야 하는 등 실제적인 가치 측정이 어렵다"며 "파생상품 평가손익과 무관한 영업이익에 주목하는 것이 기업의 현재 가치를 파악하는 데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통화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공시한 44개 기업 중 계약이 종료된 기업은 에이치앤티한세실업 등 2곳 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키코 계약 만기는 다음달부터 2011년 11월까지 다양하다.

만기가 가까운 기업들은 환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평가손익이 큰 차이없이 거래손익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만기가 먼 기업들은 앞으로의 환율에 따라 평가손익도 차이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 기업들은 키코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어 일률적인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모나미에스엘시디 등은 지난해 12월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무제한 손실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는 신청인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정했다.

변 연구원은 "환율 안정화로 키코 관련 기업들의 평가손실 축소가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과 관련된 영업이익과 기업들의 법적 대응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