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선종구 하이마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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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직장도 평범한 티샷…세컨드 샷의 달인
직원 주량 챙겨 맞춤폭탄 돌리는 '펀경영 전도사'
직원 주량 챙겨 맞춤폭탄 돌리는 '펀경영 전도사'
골프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인 중 한 사람이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62)이다. 국내 골프계에서 선 사장은 '필드의 사관학교 교장'으로 통한다. 그가 2002년 창단한 '그린의 아마조네스 군단' 하이마트 여자 골프단 소속 선수들이 국내외 대회에서 48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덕에 얻은 별명이다. 선 사장은 지난 3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10대 회장에 추대됐고,국내 최고의 대학 골프 스쿨인 연세대 골프부 후원 회장도 맡고 있다.
당구나 골프를 한창 배울 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현상.밤마다 누우면 천장에 당구대가 펼쳐지고,우산을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연습 스윙을 하게 된다. 선 사장은 골프 입문 초기 새벽마다 '월(越)담 도사'가 됐다.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대우전자의 전신인 대한전선 가전사업부 재직 시절인 1970년대 말.고향 광주 지역에 근무하던 그는 지인들의 권유로 골프를 접해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이내 푹 빠지게 된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팔굽혀 펴기 등으로 몸을 푼 뒤 개장 시간에 맞춰 5시에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겨울 칠흙같이 어두운 그 시간,잠에 곯아떨어진 골프연습장 직원은 아무리 문을 두드리며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기가 부지기수.그때마다 담을 넘어가 혼자 스위치를 켜고 연습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그렇게 1년가량 연습하다 보니 안정적인 보기 플레이어는 되더란다.
골프 구력 30년이 된 선 사장의 실력은 핸디캡 10 정도의 아마 고수.그는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진기록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파홀 세 개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는 '사이클링 버디'가 그것.2005년 4월 안산 제일CC에서 1번홀부터 4번홀까지 줄버디를 터뜨렸고 이 중 1~3홀은 각각 미들홀,숏홀,롱홀로 사이클링 버디 요건을 갖췄다. 홀인원은 실력보다 행운이 앞서는 반면 사이클링 버디는 실력과 운이 모두 뒤따라야 해 홀인원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이날 선 사장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인 3언더파 69타를 쳤다.
선 사장은 홀인원도 두 번 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홀인원은 아니다. 두 번 모두 첫 샷은 OB가 나고,두 번째 샷이 홀로 빨려들어간 'OB 홀인원'이다. 하지만 OB에도 불구하고 파로 홀을 마감할 수 있게 해 준 귀중한 세컨드 샷이 아닌가. 선 사장의 인생 행로에서는 이처럼 세컨드 샷이 적중한 예가 적지 않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선 사장의 첫 진로는 일반 대학이 아닌 해군사관학교.고3 여름방학 때 우연히 해사 선배들의 설명회를 듣고는 요샛말로 '필이 꽂혀' 사관생도가 됐다. 그는 사관학교가 '유니폼 입고 다니는 대학'인 줄 알고 지원했으나,막상 접하게 된 '군대식 생활'에 질려 버렸다. 그러나 들어갈 때보다 나오기가 더 어렵다는 사관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3학년 1학기 때 고의로 두 번이나 '대형 사고'를 치고 나서야 '원하는 대로' 쫓겨날 수 있었다. 이듬해 연세대 상대 68학번으로 입학해 졸업까지 했으니,대학 진학 때부터 OB를 내고도 뒷수습을 잘한 셈이다.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장교를 지원해 군 복무를 마친 뒤 그가 첫 면접을 봐 합격한 직장은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그러나 창원 방위산업 공장으로 발령 난 탓에 입사를 포기하고 '두 번째' 면접을 본 대한전선을 택했다.
대한전선에서 첫 부서는 특수영업7부라는 묘한 이름의 부서.'영업 부서'려니 하는 생각으로 출근했다가 보안상 방위산업 부서의 이름을 위장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는 한참을 조른 끝에 그의 평생 직장 생활의 주 특기가 된 가전 영업부로 옮길 수 있었다. 대학에 이어 직장과 부서에서도 '두 번째 선택'이 그의 인생에서는 '베스트'였다.
'실수'와 '곡절'의 의미를 알고 있는 그의 삶의 모토는 '겸손''배려''웃음'이다. 2000년 12월 하이마트 사장에 취임한 이래 매년 신년사와 창립 기념사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메시지는 '협력업체에 대한 겸손'이다. 그 자신 아무리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 대표라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형님'이고 그의 부인은 '형수님'으로 받든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인 그의 가족들을 위한 기도의 화두도 늘 '겸손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대신 선 사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점잖다'라는 단어.그에게 '점잖은 사람'은 '젊지 않은 사람'이란 뜻일 뿐이란다.
하이마트에는 '선종구표 폭탄주'라는 게 있다. 직원들의 음주량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선 사장이 그에 따라 제조해 주는 '맞춤식 폭탄주'다. 가장 강도가 약한 것으로는 '보리차+생수'까지 있다. 회식 후 노래방을 갈 때면 선 사장은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그의 18번은 '삼태기 메들리'.하이마트의 불문율로 통하는 '오전엔 절대 깨지 않는다'는 원칙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선 사장이 절대 배려하지 않는 것 하나. 흡연이다. 하이마트 본사 임직원만을 놓고 볼 때 흡연율은 '제로'라고 한다.
기업들의 '펀(fun) 경영'사례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 중 하나가 하이마트다. 선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잘 웃기 위해 집에서 젓가락이나 칫솔을 물고 거울 보며 웃는 연습을 할 정도로 '웃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매일 아침 8시50분 전국 270여개 매장을 포함,5000여명의 직원은 '오 미키 유아 소 파인(Oh,Mickey,you're so fine) '으로 시작하는 '헤이 미키(Hey Mickey)' 음악에 맞춰 '하이팅 체조'로 몸을 푼 뒤 "하하하"로 끝나는 행복 구호와 함께 업무에 들어간다.
하이마트의 심벌이 된 '하이마트로 가요~' 코믹광고 시리즈는 1999년 이후 54편이나 제작됐다. CF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선 사장이 자랑스레 하는 말."지난 10년간 광고 회의 때 내 맘에 드는 콘티가 선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최대 가전 전문점으로 성장한 하이마트.선 사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전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고를 딛고 제2의 도약을 어떻게 이뤄 낼지가 궁금하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
당구나 골프를 한창 배울 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현상.밤마다 누우면 천장에 당구대가 펼쳐지고,우산을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연습 스윙을 하게 된다. 선 사장은 골프 입문 초기 새벽마다 '월(越)담 도사'가 됐다.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대우전자의 전신인 대한전선 가전사업부 재직 시절인 1970년대 말.고향 광주 지역에 근무하던 그는 지인들의 권유로 골프를 접해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이내 푹 빠지게 된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팔굽혀 펴기 등으로 몸을 푼 뒤 개장 시간에 맞춰 5시에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겨울 칠흙같이 어두운 그 시간,잠에 곯아떨어진 골프연습장 직원은 아무리 문을 두드리며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기가 부지기수.그때마다 담을 넘어가 혼자 스위치를 켜고 연습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그렇게 1년가량 연습하다 보니 안정적인 보기 플레이어는 되더란다.
골프 구력 30년이 된 선 사장의 실력은 핸디캡 10 정도의 아마 고수.그는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진기록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파홀 세 개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는 '사이클링 버디'가 그것.2005년 4월 안산 제일CC에서 1번홀부터 4번홀까지 줄버디를 터뜨렸고 이 중 1~3홀은 각각 미들홀,숏홀,롱홀로 사이클링 버디 요건을 갖췄다. 홀인원은 실력보다 행운이 앞서는 반면 사이클링 버디는 실력과 운이 모두 뒤따라야 해 홀인원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이날 선 사장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인 3언더파 69타를 쳤다.
선 사장은 홀인원도 두 번 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홀인원은 아니다. 두 번 모두 첫 샷은 OB가 나고,두 번째 샷이 홀로 빨려들어간 'OB 홀인원'이다. 하지만 OB에도 불구하고 파로 홀을 마감할 수 있게 해 준 귀중한 세컨드 샷이 아닌가. 선 사장의 인생 행로에서는 이처럼 세컨드 샷이 적중한 예가 적지 않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선 사장의 첫 진로는 일반 대학이 아닌 해군사관학교.고3 여름방학 때 우연히 해사 선배들의 설명회를 듣고는 요샛말로 '필이 꽂혀' 사관생도가 됐다. 그는 사관학교가 '유니폼 입고 다니는 대학'인 줄 알고 지원했으나,막상 접하게 된 '군대식 생활'에 질려 버렸다. 그러나 들어갈 때보다 나오기가 더 어렵다는 사관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3학년 1학기 때 고의로 두 번이나 '대형 사고'를 치고 나서야 '원하는 대로' 쫓겨날 수 있었다. 이듬해 연세대 상대 68학번으로 입학해 졸업까지 했으니,대학 진학 때부터 OB를 내고도 뒷수습을 잘한 셈이다.
대학 졸업 후 해병대 장교를 지원해 군 복무를 마친 뒤 그가 첫 면접을 봐 합격한 직장은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그러나 창원 방위산업 공장으로 발령 난 탓에 입사를 포기하고 '두 번째' 면접을 본 대한전선을 택했다.
대한전선에서 첫 부서는 특수영업7부라는 묘한 이름의 부서.'영업 부서'려니 하는 생각으로 출근했다가 보안상 방위산업 부서의 이름을 위장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는 한참을 조른 끝에 그의 평생 직장 생활의 주 특기가 된 가전 영업부로 옮길 수 있었다. 대학에 이어 직장과 부서에서도 '두 번째 선택'이 그의 인생에서는 '베스트'였다.
'실수'와 '곡절'의 의미를 알고 있는 그의 삶의 모토는 '겸손''배려''웃음'이다. 2000년 12월 하이마트 사장에 취임한 이래 매년 신년사와 창립 기념사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메시지는 '협력업체에 대한 겸손'이다. 그 자신 아무리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 대표라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형님'이고 그의 부인은 '형수님'으로 받든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인 그의 가족들을 위한 기도의 화두도 늘 '겸손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대신 선 사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점잖다'라는 단어.그에게 '점잖은 사람'은 '젊지 않은 사람'이란 뜻일 뿐이란다.
하이마트에는 '선종구표 폭탄주'라는 게 있다. 직원들의 음주량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선 사장이 그에 따라 제조해 주는 '맞춤식 폭탄주'다. 가장 강도가 약한 것으로는 '보리차+생수'까지 있다. 회식 후 노래방을 갈 때면 선 사장은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그의 18번은 '삼태기 메들리'.하이마트의 불문율로 통하는 '오전엔 절대 깨지 않는다'는 원칙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선 사장이 절대 배려하지 않는 것 하나. 흡연이다. 하이마트 본사 임직원만을 놓고 볼 때 흡연율은 '제로'라고 한다.
기업들의 '펀(fun) 경영'사례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 중 하나가 하이마트다. 선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잘 웃기 위해 집에서 젓가락이나 칫솔을 물고 거울 보며 웃는 연습을 할 정도로 '웃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매일 아침 8시50분 전국 270여개 매장을 포함,5000여명의 직원은 '오 미키 유아 소 파인(Oh,Mickey,you're so fine) '으로 시작하는 '헤이 미키(Hey Mickey)' 음악에 맞춰 '하이팅 체조'로 몸을 푼 뒤 "하하하"로 끝나는 행복 구호와 함께 업무에 들어간다.
하이마트의 심벌이 된 '하이마트로 가요~' 코믹광고 시리즈는 1999년 이후 54편이나 제작됐다. CF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선 사장이 자랑스레 하는 말."지난 10년간 광고 회의 때 내 맘에 드는 콘티가 선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최대 가전 전문점으로 성장한 하이마트.선 사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전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고를 딛고 제2의 도약을 어떻게 이뤄 낼지가 궁금하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