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금융시장을 두드려라] 가전제품 구입 인도사람 2명중 1명은 삼성·LG 택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도자동차 수출물량…현대차가 65% 책임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2시간30분 날아가 남부 공업도시인 첸나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공장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걸렸다. 도로 위를 메운 자동차의 80% 정도가 현대차 마크를 달고 있었다.
공장장인 송현섭 전무는 "협력업체 직영 공장까지 합쳐 1만여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있어 이곳 주민들은 현대차에 큰 호감을 갖고 있다"며 "학교 시설을 새로 지어 주거나 우수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현지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인도 법인은 1996년에 설립됐다. 진출 당시에는 외국인 투자비율 최고한도가 51%로 제한돼 있었으나 대규모 생산,4년 내 현지화율 70% 이상 달성,기술이전 등을 제시해 인도 정부에서 단독 투자 허가를 받아냈다. 인도는 자동차 부품 관세율이 최고 42%에 이르기 때문에 현대차는 한국의 협력업체 100여개와 동반 진출해 부품의 85%를 현지 조달하며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인도와 일본의 합작회사인 마루티-스즈키가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현대차가 진출할 당시 마루티-스즈키의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우수한 소형차로 시장을 공략한 끝에 마루티-스즈키의 점유율은 6월 말 현재 50.6%까지 떨어졌으며 현대차의 점유율은 21%로 높아졌다. 인도 국민기업인 타타자동차를 제치고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다른 외국기업들이 인도 내수시장만을 보고 진출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인도를 유럽,중동,서남아시아의 수출기지로 삼은 것도 성공 요인이었다.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은 해외로 수출된다. 인도 자동차 수출량의 65%를 현대차가 책임지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인도 가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에어컨,냉장고 등 5개 품목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두 회사의 가전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5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도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한국제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양건모 부장은 "노이다와 데라둔에 있는 공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2007년 첸나이에 공장을 하나 더 세웠다"며 "특히 LED(발광 다이오드) TV,LCD(액정표시장치) TV 등 고급 가전시장은 한국 기업이 파이를 키우고 있으며 수요도 매년 100% 이상씩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우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5개의 발전소 및 담수플랜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포스코는 서부지역 마하라스트라주에 연간 45만t 규모의 자동차강판 공장을 2012년 준공할 예정이다.
제조업 및 중공업 업체들이 인도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금융사들은 현지 진출이 더디다. 인도 금융당국은 대출한도를 본점 기준 자본금이 아닌 지점 자본금 기준으로, 그것도 투입 자본금의 15%로 제한하기 때문에 영업확대에 한계가 있는 데다 아직도 인도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인환 우리은행 뉴델리 사무소장은 "투자가 결정되면 최소자본금인 2500만달러를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375만달러 정도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미 현지 지점 두 개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도 그동안 이익이 쌓이며 자본금이 5000만달러로 늘었으나 대출 가능 자금은 750만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의 은행들이 많은 돈을 빌려주지 못하자 외국계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과 HSBC,미국계인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과 거래하고 있다. 특히 SCB는 SC제일은행의 한국인 직원을 인도로 보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1858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SCB는 현지에 1만27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313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인도 법인이 전체 은행에서 쓸 수 있는 한도가 9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인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에서만 돈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은행들이 많이 진출해 제조업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뉴델리 · 첸나이(인도)=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