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메세 마케팅' 유럽으로 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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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부품 업체가 유럽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최고 4.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합성수지는 6.5%를, 베어링의 경우 무려 8%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이들 관세는 철폐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지금부터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유럽시장을 선점하려면 '메세 마케팅(Messe Marketing)'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메세란 독일어로 전시장이란 뜻.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 및 박람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으로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유럽시장을 진출하기에 좋은 전시회는 독일의 '뒤셀도르프 메세'가 최우선적으로 손꼽힌다. 이미 오는 11월18일부터 21일까지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MEDICA)를 겨냥, 국내 중소기업들이 공동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스메디칼 다솔교역 메타바이오메드 한신메디칼 등 140여개 업체가 이 전시회에 참가해 각종 신제품을 선보인다. 뒤셀도르프에서 내년 4월 열리는 튜브 및 와이어전시회에도 많은 부품 · 소재기업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밸브전시회와 의류전시회 등에도 신청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한 · EU FTA 협상 타결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메세 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뒤셀도르프 메세는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전시회로 명성을 얻고 있다. 뒤셀도르프 메세의 규모는 19개 홀에 넓이만 30만㎡다. 지난 한 햇동안 2만7704개 업체가 이 곳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했다. 이곳을 찾은 바이어는 무려 142만명에 이르고 매출액도 3억5000만유로에 달한다. 덕분에 뒤셀도르프 메세는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실속있는 전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이 뒤셀도르프 전시장에 개별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서울 한남동에 있는 라인메세(대표 박정미,02-798-4343)를 활용하면 좋다.
라인메세는 뒤셀도르프메세의 공식 대표부다. 이 회사는 독일 전시회 참가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에 △전시회 종류 안내 △참가신청 대행 △전시제품 운송 △부스설치 자재 제공 △부스인테리어 설치 △주요 바이어 정보제공 △관람티켓 판매 등의 용역을 제공한다. 박정미 라인메세 대표는 "독일 메세에 참여하려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올 가을 열리는 MEDICA는 이미 마감이 됐고 부품 · 소재업종 전시회에 대한 신청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라인메세가 유치하는 MEDICA는 세계 최대의 의료산업 전시회다. 지난해에는 62개국 3652개사가 참가했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98국 14만여명의 바이어와 의료산업 종사자가 찾았다.
지난해 MEDICA에 부스를 설치한 업체만 70개국 4500개사에 달했다.
뒤셀도르프 메세는 단순히 제품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비포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한다. 적어도 1년6개월 전에 전시회 참가요령과 부스면적 등을 해당 국가에 찾아가 설명한다. 튜브 및 와이어전시회와 밸브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에 대한 설명회를 서울 힐튼호텔과 조선호텔에서 무료 오찬을 곁들이며 개최한다. 설명회에서는 모든 질문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참가를 유도한다. 뒤셀도르프에서 3년에 한 번 열리는 플라스틱박람회(K)는 개장 4년 전부터 일정표를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EDICA는 이달부터 2015년 행사를 위한 전략컨셉트를 개발 중이다. 전략컨셉트 개발을 위해 요켄 프랑케 필립스 건강부문본부장이 MEDICA자문위원회 회장을 맡아 활동에 들어갔다.
내년 4월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열리는 와이어 및 튜브전에는 와이어업체들이 4만㎡를 신청했다고 뒤셀도르프메세 담당자는 밝혔다. 튜브 및 파이프 생산업체들도 3만2000㎡의 전시장을 등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철강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을 혼합한 와이어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동표면알루미늄와이어(CCAW)가 자동차부품의 동선을 대체하는 소재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널드 리드 국제와이어케이블협회 회장은 "자동차 부품 및 컴퓨터장비 부문에서 가격은 싸지만 품질은 높은 와이어가 이번 전시회에서 대규모 주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시회 참가 기업인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전시 기간 중 뒤셀도르프 시민 전체가 박람회를 돕는다는 것이다. 메세가 열리는 기간 동안 전시회 입장권을 가지고 있으면 뒤셀도르프 인근 도시까지 가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료로 탈 수 있다. 호텔 식당 등도 한결같이 참관자들을 우대한다. 지자체도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한다. 이제 국내 중소기업들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뒤셀도르프에서 메세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왔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