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에서 '출구 전략'(Exit Strategy · 위기 이후에 대비한 유동성 회수 전략)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쏟아냈던 각종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공식 제안했고 미국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하원 증언을 통해 출구 전략 수단을 제시했다.

KDI는 21일 '경제환경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 단계에서 필요한 출구 전략에 관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조동철 KDI 연구부장은 통화정책과 관련,"지금의 초저금리 상황을 적기에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통화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이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연 2.0%)를 부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또 재정정책 정상화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13개 부처 163개로 난립해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창업 초기 유망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하고,위기 대응을 위해 취한 각종 일자리 및 복지사업도 내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DI는 특히 부동산 버블 우려를 막고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강화 외에 현재 강남 3구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만 40%로 설정돼 있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이 밖에 비상조치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국내 은행 외화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국가보증 조기 종료와 채권시장 안정기금의 점진적 축소 · 폐지 등을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내놓았던 △중소기업 대출의 전액 만기 연장 △패스트 트랙(조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도 조기 정상화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21일 미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출구 전략과 관련된 이슈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며 "적절한 때가 됐을 때 원활하고 시의적절한 방법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조일 수단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태/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