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21일 시승해본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미쓰비시 '아이미브'(사진)의 첫 느낌은 산뜻한 가속감이었다. 경차이지만 중형차 수준의 힘을 보여줬다. 아이미브의 시동키를 돌리자 운전석 앞 계기판에 녹색 'READY'(준비됐음) 등이 커졌다. 변속 위치를 'D'(주행) 위치에 놓은 후 가속 페달을 살짝 밟으니 부드럽게 출발했다. 내연엔진이 없는 덕분에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제로'다. 속도를 끌어올리니 '윙'하며 항공기가 이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전기 모터가 빠르게 회전하는 소리다.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동력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다. 최대 토크가 18.3㎏ · m에 달하는 데다 공차중량이 1080㎏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토크만 놓고 보면 준중형급인 아반떼(15.9㎏ · m)보다도 높다. 순식간에 최고 속도인 130㎞/h에 도달했다. 속도계가 바늘 대신 디지털 숫자로 표시되는 점이 특이했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도 안정적이었다. 후륜구동 방식이고 배터리 등 무거운 부품을 차체 바닥에 배치하는 등 무게를 적절하게 배분한 덕분이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유지비다. 값이 싼 전기를 연료로 사용해서다. 200V로 7시간 충전하면 160㎞를 달릴 수 있다. 동급 휘발유 경차와 비교할 때 연료비를 약 70%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지역 주행 때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엔진오일 등 일부 소모성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전기 소모량을 줄여주는 장치도 달렸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제동 페달을 밟으면,짧게나마 스스로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변속 위치를 'ECO'(환경) 모드로 바꾸면 풀가속이 어려운 대신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났다. 다만 인테리어는 일반 경차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플라스틱 재질의 대시보드 등에서 원가 절감 흔적이 역력했다.

미쓰비시는 이달 말부터 일본에서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아이미브의 보급에 나선다. 내년 4월부터 일본 소비자,내년 말부터 한국 소비자에게 각각 판매할 계획이다. 경차의 4배 수준인 가격을 2배 정도로만 낮춰도 충분히 휘발유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 듯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