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는 지금까지 행적으로만 본다면 단연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연일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데도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됐고,미디어법을 두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보여준 행태는 이미 실망의 단계를 넘어 포기상태라 할 만하다. 1주일째 본회의장을 공동 점거농성중인 추태도 모자라 민주당에선 당대표가 며칠째 단식농성 중이고,한나라당은 '친이 친박'간 내홍(內訌)으로 수정안이니 협상안이니 하며 법안을 몇번씩이나 원칙없이 바꾸고 있으니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도 누가 먼저인지 모를 지경이다.

어제도 여야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놓고 마치 숨바꼭질하듯 종일 신경전만 벌였다. 지난 3월 문광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까지 설치하고 100일 동안 논의해 합의처리키로 했으면서도 그간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아온 것이 여야 양당의 추태다. 특히 지난 주말 이후 대야 타협안이라며 이런저런 안을 제시해온 한나라당 모습을 보면 더욱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간 장벽을 없애는 한편 고용 신규창출과 새 성장동력으로 미디어산업을 육성하자는 법개정의 원래 취지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쉽게 수정안이 나올 것이었다면 근래 몇달간 보낸 대치정국은 무엇이며,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다시피한 법석은 또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야당인 민주당의 행태는 온전한가. 의안심의를 포기했다면 국회의원 자격도 함께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18대 국회가 해놓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해 82일 만에야 개원해 지각국회란 비판을 받았고 국회의장을 42일간이나 선출하지 못한 것도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14일간 점거한 것도 '신기록'이다. 그러면서 어제까지 개회일수 291일중 절반이 넘는 155일을 무위로 보냈다. 개원 이후 제안 접수된 법률안은 모두 5222건인데 반해 본회의에서 의결처리된 법안은 656건(12.6%)에 그친다. 의원들 스스로 제안한 법률안도 처리를 않는다는 얘기 아닌가.

미디어법에 갇혀 있는 국회가 다시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자면 예사 노력으로는 어렵게 됐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신뢰회복의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