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시장은 최고의 인생 도우미로 주저없이 아내를 꼽았다. 돈 걱정 없이 공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공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시장은 "재테크에는 젬병"이라고 자평했다. 주식 투자는 해 본 적이 없고,집도 사면 내리고 팔면 올랐다고 했다.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아내는 김 시장이 월급 6만~7만원 받을 때 세 배나 많은 월급봉투를 들고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사무관 시절 삼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그는 잠시 흔들렸다. 공직 중도 하차를 심각하게 고민한 뒤 아내에게 슬쩍 운을 떼보았다. 그러나 아내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월급 때문에 그러느냐"며 발끈했다. 그리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라며 극구 만류했다. 아내는 "앞으로 다시는 월급 때문에 바가지 안 긁겠다"는 약속까지 하며 그의 기업행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아내는 그 약속을 지켰다.

부시장 재직 시절에는 주변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하지만 선거 4개월 전까지도 사표를 내지 못했다. 과연 시장이 되면 대구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아내가 "당신은 열심히 세상 사는 사람인데 뭘 고민하느냐, 일단 닥치면 잘 할 것이다. 안 되면 둘이 손 잡고 여행이나 다니자"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