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를 우리 경제도 비켜가지는 못했다. 최근 경제지표나 체감경기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는 있다고 하나,중소기업 현장을 다녀보면 실물과 자금 모두 어렵다고 하는 중소기업이 아직은 많다.

이런 불황기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한편,위기가 지난 이후 성장을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기술개발에 노력하는 등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우리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불황 극복은 불황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을 벗어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중소기업은 IMF 외환위기와 비교해 볼 때 이번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2008년 3 · 4분기 경영실적과 1997년의 경영실적을 비교해 보면,기업의 부채비율은 대폭 감소했고,이자보상배율은 크게 증가했으며,매출액 증가율과 매출액 영업이익률 또한 증가했다. 이처럼 10년 전보다는 더 성숙된 우리의 펀더멘털을 믿고 우리 중소기업은 이번 위기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독일의 헤르만 지몬이 세계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는 500개 기업,즉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을 분석한 결과,집중,세계화,고객친밀성,혁신,아웃소싱,기업문화,경영자라는 7개의 공통적인 특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 중소기업 또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히든 챔피언으로부터 벤치마킹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세계시장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기술 개발에 성공한 I사는 핵심사업 분야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비에 투자하고,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임직원의 40% 이상에 달하는 전문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안시스템용 디지털 영상장치 제품에서 GE,마쓰시타,소니,보쉬 등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물리치고 30여 국가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이 됐다.

전문화 · 집중화로 시장을 좁게 정의하고,그 제한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도 있다. 휴대폰,컴퓨터,TV 등 정보통신과 생활가전 제품에 사용되는 정밀나사를 생산하는 S사는 2005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26명의 연구원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0.4㎜용 정밀나사를 개발,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경우다.

글로벌 마케팅으로 성공한 중소기업도 있다. 금고를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S사는 35년의 축적된 기술력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80여 국가에 매출액의 8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 기업은 화재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국제규격에 맞는 금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금고상단에 잠금장치를 설치,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여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불황기를 극복해 성공한 기업의 경영사례는 또 있다. K사는 인쇄회로기판(PCB)의 납 도포를 3차원으로 검사하는 장비(3D SPI)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며,M사는 수술용봉합사 및 치과재료 등 주력 제품에 대한 핵심기술과 원가경쟁력으로 세계 90여 국가의 시장을 개척했다.

이와 같이 불황을 극복해 성공한 우리 중소기업의 특성을 헤르만 지몬의 연구결과에 비춰 보면 혁신기술개발,전문화 및 집중화,글로벌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성공 요인을 한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이들 기업은 여러 가지 핵심 역량과 성공요인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성공요인 외 기업 구성원들 간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비전 공유도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도 기회로 활용해 훗날 경제위기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기업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중소기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우 <中企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