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업그레이드] 고객을 다시 연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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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수요의 극심한 위축이다. 사려는 사람이 사라져 팔지 못한 상품이 쌓여간다. 이번 처럼 금융에서 온 위기국면에선 당국의 각종 규제가 후폭풍처럼 밀려와 자금사정도 나빠진다.
업계 1등이라고, 내 지역에선 최고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업종과 지역을 넘나드는 '블루오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어디서 강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판국에 기업을 둘러싼 기술과 규제,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무런 기반이 없는 신생업체들에 오히려 기회를 뺏기는 경우까지 생긴다.
변화 빠르고, 위험요소가 많은 불황기에는 원래 기득권을 가진 기존업체들이 유리했다. 여차하면 팔아치울 자산이 있고, 인적자원이 풍부하며 기존 제품군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넘치고 기술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기존 업체들이 누리던 '기득권'은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비즈니스모델만 좋으면 글로벌 회사와 제휴를 할 수 있다. 제조기반이 전혀 없어도 세상에서 가장 싼 지역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영업활동은 물론 자금 거래도 모두 인터넷상에서 24시간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강자는 '큰' 회사가 아니라 '빠른' 회사다. 지금까지의 시장점유율이 하루아침에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이제 자주 일어나게 됐다.
그렇다면, 이미 시장에 진출해있고, 그래서 사업구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기존 업체들이 지금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이런 때는 회사의 핵심 경쟁력 혹은 숨은 경쟁력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래 사업을 해온 덕에 신생업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분야가 있다.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고객, 다른 이름으로는 거래처, 단골이라고 불리는 집단이다.
이미 개척한 고객이야말로 기존 업체들이 목숨을 걸고 다시 연구해야 할 자산이다. 기존 업체들은 신생업체들이 꿈도 못 꾸는 경쟁력을 고객 분야에서 갖고 있다. 우선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성격인지를 잘 안다. 그들이 내고자 하는 가격(WTP:Willing To Pay)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정책이나 새로운 영업패키지 구성에서 훨씬 유리하다. 매년 언제쯤 얼마의 물량이 필요한지도 인지하고 있고, 불만 사항과 결제 스타일에도 익숙하다. 장기고객사의 경우는 사장은 물론 담당자의 성향까지 파악이 돼 있다. 그간 쌓은 신용도 큰 자산이다. 이 모든 것을 어떤 벤처기업이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왕에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 불황기를 고객을 다시 연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서 우리 회사의 VIP로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 회사에 충성스러운 집단으로 만들면 이상적이다. 꼭 가격 할인이나 접대 같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간 개척해 놓은 고객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조치가 중요하다. 추억, 습관, 자부심 같은 것이 그 연결고리다. 할리데이비슨을 부활시킨 것은 열정적인 고객그룹인 HOC, 즉 할리데이비슨오너스클럽이었다.
어려운 시절, 생존과 성장의 키워드는 이렇게 가까이 있다. 고객들을 참여케 하고 연대감으로 묶어주는 일, 이 시대의 '구식 업체'들이 살아남는 생존 수칙이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업계 1등이라고, 내 지역에선 최고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업종과 지역을 넘나드는 '블루오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어디서 강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판국에 기업을 둘러싼 기술과 규제,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무런 기반이 없는 신생업체들에 오히려 기회를 뺏기는 경우까지 생긴다.
변화 빠르고, 위험요소가 많은 불황기에는 원래 기득권을 가진 기존업체들이 유리했다. 여차하면 팔아치울 자산이 있고, 인적자원이 풍부하며 기존 제품군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넘치고 기술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기존 업체들이 누리던 '기득권'은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비즈니스모델만 좋으면 글로벌 회사와 제휴를 할 수 있다. 제조기반이 전혀 없어도 세상에서 가장 싼 지역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영업활동은 물론 자금 거래도 모두 인터넷상에서 24시간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강자는 '큰' 회사가 아니라 '빠른' 회사다. 지금까지의 시장점유율이 하루아침에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이제 자주 일어나게 됐다.
그렇다면, 이미 시장에 진출해있고, 그래서 사업구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기존 업체들이 지금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이런 때는 회사의 핵심 경쟁력 혹은 숨은 경쟁력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래 사업을 해온 덕에 신생업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분야가 있다.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고객, 다른 이름으로는 거래처, 단골이라고 불리는 집단이다.
이미 개척한 고객이야말로 기존 업체들이 목숨을 걸고 다시 연구해야 할 자산이다. 기존 업체들은 신생업체들이 꿈도 못 꾸는 경쟁력을 고객 분야에서 갖고 있다. 우선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성격인지를 잘 안다. 그들이 내고자 하는 가격(WTP:Willing To Pay)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정책이나 새로운 영업패키지 구성에서 훨씬 유리하다. 매년 언제쯤 얼마의 물량이 필요한지도 인지하고 있고, 불만 사항과 결제 스타일에도 익숙하다. 장기고객사의 경우는 사장은 물론 담당자의 성향까지 파악이 돼 있다. 그간 쌓은 신용도 큰 자산이다. 이 모든 것을 어떤 벤처기업이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왕에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 불황기를 고객을 다시 연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서 우리 회사의 VIP로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 회사에 충성스러운 집단으로 만들면 이상적이다. 꼭 가격 할인이나 접대 같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간 개척해 놓은 고객을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조치가 중요하다. 추억, 습관, 자부심 같은 것이 그 연결고리다. 할리데이비슨을 부활시킨 것은 열정적인 고객그룹인 HOC, 즉 할리데이비슨오너스클럽이었다.
어려운 시절, 생존과 성장의 키워드는 이렇게 가까이 있다. 고객들을 참여케 하고 연대감으로 묶어주는 일, 이 시대의 '구식 업체'들이 살아남는 생존 수칙이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