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금융규제 · 감독 개혁의 하나로 신용평가사(신평사) 개혁안을 내놨다. 신평사 등록을 의무화하고,신평사 감독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전담토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미 재무부가 21일 의회에 제출한 신평사 개혁 입법안은 △신평사와 고객회사들 간 이해 상충 문제 해소 △투명성 강화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신평사들이 파생상품 등 복잡한 금융상품들에 대해 부실한 신용평가를 실시,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책이다.

먼저 신평사가 금융상품 신용등급 평가 등을 의뢰하는 고객사에 컨설팅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신평사는 신용평가를 할 때마다 고객사로부터 받는 평가보수와 함께 2년간의 평가보수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신평사들이 내부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평가하는지 감독하는 준법감시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고객사들이 금융상품 신용등급을 '쇼핑'하는 내역을 공개토록 했다. 그동안 고객사들은 쇼핑하듯 여러 신평사에 신용평가를 의뢰한 뒤 가장 좋은 등급을 주는 신평사를 선택했으며,그 신평사가 매긴 등급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왔다. 파생상품 등을 포함한 금융공학상품은 신용등급 표시를 차별화해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했다.

특히 신용평가를 할 때는 자료의 신뢰성,상품의 부도 가능성,부도시 추정되는 손실의 크기 등을 담은 명확한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

이 보고서는 신용평가 결과를 다른 증권상품,금융사들의 데이터와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정보도 제시해야 한다. 신평사 감독도 강화된다. SEC 내에 신평사 감독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고,모든 신평사의 의무 등록제를 도입하는 안을 마련했다. 신평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뮤추얼펀드는 신용평가를 참조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개혁안이 신평사들의 이해 상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평가 대상 고객사로부터 평가보수를 받는 신평사들의 사업구조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