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와, 진짜 해가 가려졌다"

시민들은 61년만의 최대 ‘우주쇼’에 환호했다.22일 오전 9시30분경부터 시작된 부분일식은 10시48분경 최고조에 이르러 지역에 따라 태양의 80∼90%가량을 가린 뒤 12시10분 전후로 끝을 맺었다.

시민들은 곳곳에 마련된 관측 행사장은 물론 건물옥상이나 길거리에서 미리 준비한 태양안경을 쓰거나 필름,셀로판지등을 이용해 일식현상을 관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2차 보고회의 도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하늘에서 펼쳐진 장관을 감상했다.

이번 일식은 인도와 네팔,미얀마,방글라데시,중국,일본 오키나와 등 아시아와 태평양 일부 지역에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약 6분간 계속됐지만,한국에선 태양의 일부분만 가려지는 부분일식 현상이 관측됐다.일본 오키나와와 가까운 제주도 서귀포에선 오전 10시48분께 태양의 93%가 가려지는 등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많이 가려졌다.기상청에 따르면 부분일식 영향으로 전국 기온이 일시적으로 2∼4도 가량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인도와 중국 등에서 관측된 6분간의 개기일식은 금세기 최장이다.개기일식은 오전 5시28분경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에서 시작됐다.개기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 비하르주 타레그에는 수만명의 과학자들과 관광객 그리고 학생들이 진을 쳤다.

그러나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 모였던 사람들은 짙은 구름으로 일식을 보지 못했다.일부 과학자들은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도 공군의 도움을 받아 AN-32 수송기에 몸을 싣고 구름 위로 올라가 개기일식 관측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일부 힌두교 신자들은 일식이 불운을 가져온다는 속설에 따라 아침시간 커튼을 내린 채 집안에 머물렀고,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들은 일식기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중국에서는 서부 쓰촨성 캉딩시에서 오전 8시5분경 시작돼 청두,충칭,장쑤성,저장성 등 창장 일대를 따라 잇따라 나타났다.베이징 등 북부지방과 광둥성등 남부 지방에선 60~70%가 가려지는 부분 일식이 나타났다.

상하이에서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때문에 육안으로 일식을 관측하긴 힘들었지만 태양이 달에 가려지며 갑자기 어두워지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자연의 신비를 감상했다.홍콩에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46분까지 부분일식 현상이 관측됐다.

일본에서도 개기일식에 맞춰 많은 관람객이 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일대에 운집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 열도에서 가장 긴 6분25초간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도라카 열도의 아쿠세키지마에는 섬 인구의 3배를 넘는 22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한편 한반도에선 2035년 9월2일 북한의 평양과 원산지역 등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될 것으로 전망된다.또 2041년 10월25일엔 해의 테두리만 보이는 금환일식이 나타날 예정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