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가격 상승이 정상적인지 '버블'인지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2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채 가운데 1채는 호가(집주인이 팔겠다는 가격)가 2006년 말의 최고 시세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권 4개구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8만4385채의 24.7%인 2만860채가 최고점을 회복했다. 특히 1만9237채는 2006년의 고점 수준보다 500만~1억5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권과 인접한 과천시도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최고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강남구는 40%가 최고점 회복

재건축 아파트값이 전 고점을 회복한 비율은 강남구가 가장 높았다. 전체 1만323채 중 2518채(41%)의 매도호가가 최고 시세를 회복했다.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공고 공람이 이뤄지면서 용적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퍼졌고 압구정지구의 경우 서울시가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하겠다는 발표가 호재로 작용했다. 개포동 주공1단지를 비롯해 압구정동 한양7차 등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개포주공1단지 공급면적 59㎡형은 전 고점(14억15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비싼 15억5500만원에 호가된다. 압구정 한양7차 공급면적 115㎡형 또한 매물이 13억5000만~14억5000만원에 나와 2006년 하반기의 최고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높아졌다.

호가가 최고점 이상인 재건축 아파트 비율은 서초구가 31%로 강남구 뒤를 이었고 송파구는 19%로 집계됐다. 강동구는 2.5%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반포동 일대 저층 재건축 단지들의 회복세가 눈에 띄었다. 반포동 한신1차 공급면적 175㎡형은 2007년 하반기 실거래가(18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 오른 19억25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재건축을 끝낸 반포자이도 공급면적 84㎡B형이 2년 전 입주권 상태에서 7억원 정도에 팔렸지만 지금은 8억원 안팎에서 호가된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주택시장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올초 최고점 대비 30% 안팎까지 떨어졌으나 저가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불과 반년 만에 최고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과천은 강남권 후광효과 톡톡

강남권과 시세가 함께 움직이는 과천은 3.3㎡(1평)당 아파트값이 연초에 2723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5월 3000만원을 넘기더니 이달에는 3172만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1월과 비교한 현재 아파트값은 6.45% 올랐다. 상승률이 강동구(10.49%)보다는 낮지만 송파구(5.76%)나 강남구(4.61%)보다도 높다. 재건축 아파트로만 한정하면 15% 급등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3㎡형은 2006년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해 12월 5억850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지금은 7억7000만원에 호가되며 최고점에 다가섰다. 별양동 주공6단지도 요즘 호가가 6억2500만원으로 최고점(6억7500만원)의 턱밑까지 올랐다.

◆상승 열기 계속될까

재건축 아파트 값이 치솟은 것은 용적률 상향조정 기대감이 높아졌고 저금리 여파로 유동자금이 불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관련 호재가 여전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하면서도 추가 상승 가능성과 오름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상승폭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용적률 상향조정 및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 등 재건축 호재가 즐비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호가가 너무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호가 수준에서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데다 집주인들이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는 사례가 많아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최웅진 연구원은 "과천의 경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60%에서 50%로 줄이면서 오히려 시장이 위축됐다"며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조만간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출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