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휴대폰 매직'…세계 점유율 10% 넘었다
LG전자 휴대폰의 절반을 생산하는 평택공장 직원들은 요즘 매일 10시간을 일한다. 정규 근무 8시간에 특근 2시간을 더해도 주문을 대기에 벅차다. 쿠키폰,아레나폰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의 주문이 2분기부터 급격히 늘면서 초과근무가 일상이 됐다. 이상철 LG전자 단말생산팀 부장은 "1000여명의 직원들을 2교대로 돌리며 밤낮없이 제품을 만들어도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평택공장 직원들의 야근과 특근 결과는 이 회사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14조4974억원(글로벌 연결 기준)의 매출과 1조1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휴대폰은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매출,판매량,점유율 등에서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 LG전자의 2분기 실적을 '휴대폰 미라클'이라고 평가했다.

◆휴대폰 판매량 3000만대 근접

LG전자의 2분기 휴대폰 부문 매출은 4조8769억원으로 1분기보다 24.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9.9% 늘어났다. 휴대폰 판매량은 3000만대에 바짝 다가선 2980만대로 전분기보다 32% 많아졌다. 올해 2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가 2억7000만대 정도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LG전자 휴대폰의 점유율은 11%에 달한다. 이 회사 휴대폰 점유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분기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6.7%의 두 배 수준인 11%다. 시장의 40% 가까이를 독식,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노키아(11.6%)와 대등한 수준이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은 터치스크린 휴대폰을 중심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5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터치폰의 대중화'를 선언한 '쿠키폰'이 효자 노릇을 했다. 쿠키폰은 지난 2분기에만 270만대가 판매됐다. 누적 판매량은 510만대에 달한다. 북미 시장에 내놓은 메시징폰 '엔비 시리즈'도 2분기에만 총 200만대가 팔려나갔다.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 철저히 제품 개발에 적용한 것도 실적 상승의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년층을 겨냥한 '와인폰'과 10~20대를 겨냥한 '롤리팝폰' 등 세대별로 특화한 휴대폰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LG전자는 지난 3월 처음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30%를 넘어선 데 이어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TV사업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휴대폰 이외의 제품들이 고루 이익을 낸 것도 1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TV,백색가전,에어컨 등의 제품이 각각 2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 60%였던 휴대폰에 대한 영업이익 의존도가 40%까지 낮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이 휘청거리면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어난 2236억원이었다. 매출 역시 전분기보다 4.9% 증가한 4조5086억원까지 높였다. 영업이익률도 5%로 올라섰다. 조직 개편을 통해 HE사업본부로 출범하기 전 TV 사업부문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0.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조직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달라졌다.

회사 관계자는 "불황을 감안해 중소형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며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것은 물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고비용 및 재고일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덕"이라고 설명했다.

백색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예년을 뛰어넘는 18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세계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경기가 나쁘면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제품이 백색가전"이라며 "2분기를 기점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소비심리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