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일정 1항 신문법 2항 방송법 3항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안 등 이상 3건을 일괄해서 상정합니다. 땅땅땅."

22일 오후 3시30분 국회 본회의장에 기습적으로 진입한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김형오 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고 미디어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본회의장 바깥 중앙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보좌관들의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난무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허를 찔린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 봉쇄를 풀고 본회의장으로 몰려가 의장석 점거를 시도했으나 숫자에서 밀려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보호한 가운데 교대로 투표에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재적 의원 162명이 참석한 가운데 151명의 찬성으로 1안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방송법은 재석 의원 부족으로 첫 투표에서 부결되는 해프닝을 빚었다. 재표결에서 재석 정족수를 채워 통과시켰으나 법적 절차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4일째 단식 중인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 무효'를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으며 방청석을 장악한 언론노조 소속 간부들도 '직권상정 반대'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하루 동안 국회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한나라당은 오전 9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자마자 100여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이동,의장석을 전격 점거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협상결렬을 선언한 뒤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의장석을 보호해야 한다"며 본회의장 내 의장단상 주변 점거를 긴급 지시했다. 민주당 의원이 20여명 대기 중이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을 항의 방문했지만 김 의장은 면담을 거부했다. 이후 김 의장은 11시께 직권상정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후 본회의장 봉쇄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중앙홀 규탄대회에서 "정세균 대표도 의원직 사퇴 입장을 저에게 전달했는데 적절한 시점에 정 대표와 제가 적절한 방식으로 의원직을 사퇴,결연한 의지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잇따라 사퇴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직권상정이 현실화됨에 따라 국회 내 활동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장외투쟁에 본격 돌입키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봉쇄에 나서 이날 법안처리가 불투명해보였으나 이 부의장이 국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급격히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김형호/구동회/민지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