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결행키로 함에 따라 향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치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도 사퇴를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면적 장외투쟁을 선언,정치실종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미디어법안 처리를 막지 못함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일각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당분간 정세균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의원직 총사퇴까지 논의했으나'정치적 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도부만 일단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날 규탄대회에서 당직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중 울먹인 정 대표는 "열심히 싸웠지만 힘이 부족해 패해 책임을 느끼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의원직 사퇴 의사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 총사퇴 여부와 향후 장외투쟁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의원직 사퇴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의원직 사퇴를 위해서는 회기중에는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고 비회기중에는 국회의장이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원직 총사퇴 카드는 야당에 의해 여러 번 검토됐지만 현실화된 것은 1965년 한 · 일국교정상화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하다.

이후 1979년 신민당 소속 의원 66명이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에 항의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사퇴서가 반려됐고, 1990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평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 79명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 현실화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이 범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정권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국회 내에서 소수당의 한계를 절감한 만큼 범진보진영의 결집을 통한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 정치는 당분간 강 대 강의 정면 충돌 속에 9월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에까지 정치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