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현재 일본 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21.5%에 달하고 있으며 2050년엔 3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인 평균 수명이 81.25세에 이르는 반면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1억2700만명인 일본 인구가 2055년엔 30% 넘게 감소한 8900만명대까지로 줄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인구감소로 인해 입을 경제적 타격은 엄청나다. 우선 당장 예산 부족에 시달릴 위험이 커진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곧 경제성장 부진으로 이어지고,이는 정부의 세수 급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무리 선진부국의 지위를 지켜나간다 해도 그 국부는 결국 자국 내 고령 인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복지정책 실행에 다 빠져나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쓰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는 비단 경제학적 측면에서뿐만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에 마치 단두대와 같은 위협적 존재로 부각된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결국 일본의 아시아 내 위상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장 급박한 과제는 국방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산 삭감은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국방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현재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일본의 아시아 신흥국가 투자도 수년 뒤엔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문제로 일본의 국내 경기가 부진해짐에 따라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 여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질 수 있어서다. 만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투자가 위축된다면 일본이 아시아 내에서 갖는 권력은 한층 더 약해질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인근 국가들의 일본에 대한 도전은 매우 거세질 것이다. 과연 중국이 일본을 예전처럼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자고 할까,아니면 일본을 위협하며 아시아의 새로운 주인은 바로 중국이라고 선언하게 될까. 한국 역시도 일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림길에 설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이 힘이 떨어진 일본을 강력히 몰아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오랜 맹방인 미국도 이젠 일본 인구문제에 대비해 일본에 대한 정책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일본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일본에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면 안 된다. 먼저 일본의 국방상황 악화를 받아들여 군사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현 외교 전략의 범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풍부한 유동성에 의존해오고 있는 경제 구조의 개편도 시급하다. 늙어가고 있는 일본으로선 예전처럼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대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이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늙어가는 일본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