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이 미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지속하면서 관련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은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과는 달리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US방코프 등 대부분 은행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22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잠재적 부실문제는 경제에 어려운 과제로 등장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손실이 7억달러에 달했다. 전분기 손실(10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웰스파고는 2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자의 연체 규모가 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US방코프는 연체 증가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클리블랜드의 지역은행인 키코프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실자산 상각이 늘어나면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키코프는 2분기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무수익자산 비중이 3.09%로 1분기에 비해 30% 늘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지역은행인 HMN파이낸셜 역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전 분기보다 1220만달러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했다.

부동산 관련 조사업체인 리얼에스테이트 이코노메티릭스는 작년 4분기 1.62%였던 상업용 부동산 연체율이 올 4분기에는 4.1%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상업용 건물 임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데이비드 트위벨 콜로라도캐피털뱅크 자산운용부문(WM) 대표는 "(야구 경기로 치면) 주택 시장은 7~8회 정도 와 있지만,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제 3~4회에 와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규모는 6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FRB는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1조8000억달러 중 7%(약 1260억달러) 정도를 부실채권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외에 신용카드 대출과 기업 대출 부실도 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연체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업 전망을 낙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