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원자재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대한 수입을 무기로 주요 철광석업체들에 공급가격 인하 압박을 해오던 중국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커녕 오히려 ‘자승자박’의 곤경에 처했다.싼 가격을 고집하는 중국의 요구에 주요 철광석업체들이 버티며 힘겨루기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철광석 단기 현물시세가 급등,중국 철강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중국 철강협회와 주요 광산업자간 가격협상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중국의 철광석 구입비용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그동안 국제 철광석 원자재 시장은 브라질의 발레와 호주의 리오틴토,BHP빌리턴 등 ‘빅3’가 전체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공급가격을 결정해왔다.이에 따라 이들 ‘빅3’와 한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철강수요국들은 그때 그때 가격을 바꾸는게 아니라 매년 협상을 통해 일정한 가격에 철광석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벤치마크’제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철강협회가 한국·일본이 올초 ‘빅3’와 맺은 벤치마크 가격보다 10%포인트 가량 더 낮은 가격에 철광석을 공급할 것을 ‘빅3’에 요구하면서 중국과 철광석 광산업자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특히 중국이 호주 리오틴토 직원 4명을 뇌물공여와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중국의 가격인하 압박책이 성공을 거두기 전에 국제 철광석 현물가격이 급등하며 중국철강업계가 고전할 수 밖에 없게 됐다.중국 철강업체들은 ‘빅3’와의 가격협상을 마무리하기 전에는 현물시장에서 철광석을 직접 구매해야하는 상황.그런데 국제 철광석 단기현물거래가가 지난 4월 t당 58달러 수준에서 이번주 들어 t당 93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중국업계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