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제조업체들의 이자비용 지급 능력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3일 총자산 70억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제조업체 6060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현금흐름보상비율이 51.4%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단기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제조업체의 이 비율은 2007년의 85.0%에 비해 33.6%포인트나 떨어졌다. 또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4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 악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와중에 경영을 계속하기 위해 단기 차입금을 늘린 결과 이 지표가 크게 나빠진 것이다. 실제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활동현금수입은 2007년 118억9000만원에서 96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평균 단기 차입금은 142억5000만원에서 206억원,이자비용은 14억8500만원에서 19억3600만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수입액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도 2007년 900.4%에서 597.9%로 302.5%포인트 떨어졌다.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활동 현금수입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 하는 기업이 32.1%에 이르렀다. 이는 2007년의 30.9%보다 1.2%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다만 무차입 기업이 4.9%에서 5.2%로 늘어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재무 상황 악화폭이 중소기업보다 컸다. 대기업의 평균 투자활동 현금지출은 2007년 1067억7000만원에서 1040억1000만원으로 2.6% 줄었지만 영업활동 현금수입은 1120억5000만원에서 894억1000만원으로 20.2% 감소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현금부족액은 평균 146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1998년 143억3000만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대기업은 이 같은 현금부족액을 메우기 위해 차입금을 평균 455억4000만원 늘렸다.

차입금을 지나치게 늘리다 보니 지난해 말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은 700억원으로 2007년 말의 543억3000만원에 비해 157억원 가까이 늘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차입이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재무 구조 악화폭이 대기업보다는 작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