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상호 금융정보 제공에 무척 인색할 뿐 아니라 금융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정보를 '영향력 행사수단'쯤으로 간주하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과 금융당국간 금융감독 체계를 둘러싼 갈등과 알력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어제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은행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보면 두 기관간 정보 공유가 얼마나 잘 안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은은 2007년 4월 금감원으로부터 108건의 금융정보 공유 요청을 받았지만 이중 16건만 제공했고 지난해 12월에는 114건 중 25건만 공유했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6월 한은으로부터 377건의 정보 공유 요청을 받아 90건만 넘겨줬을 뿐이다. 서로 요청 받은 건수의 20% 정도만 응한 셈이다. 두 기관이 이처럼 힘겨루기나 계속하고 있는 한 효율적인 금융감독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양 기관의 감정 싸움 와중에 피감 금융회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다. 감사원은 "두 기관이 정보 공유에 인색해 은행들은 양쪽으로부터 같거나 유사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아 예산 낭비는 물론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 소유 은행의 경우 온갖 감사와 자료제출 요구로 본 업무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물론 한은과 금감원은 정보 공유를 최대한 확대하고 공동검사에서도 적극 협조키로 지난달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처음도 아닌데다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한국은행법 개정작업에서는 이 같은 중복 감독과 이에 따른 비효율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조직과 업무 분장(分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효율적인 금융감독 체계는 단지 금융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안정을 위해서도 꼭 갖춰져야 한다. 차제에 통일성과 일관성을 가진 금융감독체계를 구축해 감독 혼선에서 오는 기관간 시비와 비능률, 그리고 업계의 부담 가중과 그에 따른 세금 낭비가 없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