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혹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하고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죄송스럽고,몇 달 간 제대로 퇴근도 못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면목 없고…."

두 차례 연기 끝에 서울지하철 9호선 개통을 하루 앞둔 23일,김성중 서울시 도시철도국 설비부장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과 이덕수 행정2부시장이 개통 연기에 대해 잇따라 사과한 지난 6월 중순 이후 지하철 9호선을 관할하는 도시철도국은 모든 오류 가능성을 일일이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도시철도국이 직접 점검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무려 12만2000여가지.국철을 포함해 수도권 지하철역(온양온천역 등 일부 충청권 역 포함)이 494개.여기에다 경기도 정규버스 및 마을버스,충청도 정규버스 및 마을버스를 합할 경우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노선 시나리오가 12만개를 넘는다. 결제카드를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난제였다. 선불카드와 후불카드 등을 합쳐 교통카드로 사용되는 카드만 330여개.우리카드만 해도 우리V카드,우리V선불카드,Show 멤버스카드 등 수십종에 이른다.

도시철도국은 아르바이트생과 지하철9호선 운영사 직원을 포함,하루 평균 400~500명을 직접 승하차 시험에 투입했다. 지난 16~17일 이틀 동안엔 무려 3000명이 전자시스템 점검을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12만2000여 가지 경우의 수를 아우르는 150개 실전 시나리오 테스트엔 24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1만9000회의 승하차 시험을 통해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시청역에서 출발해 충남 온양온천역에 내린 뒤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노선테스트는 무려 5시간20분이나 소요됐다. 서울 · 경기도 · 충남의 정규버스와 마을버스를 6번이나 갈아타고 지하철 9호선,1호선,7호선 등에서 11번이나 환승해 카드인식과 요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했다.

지난 한 달간 140여명의 도시철도국 직원들은 밤낮과 휴일도 없이 점검에 매달렸다. 특히 요금정산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설비부 직원 44명은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는 등 시간과의 사투를 벌였다. 오전 8시 지하철 9호선 운영사에 테스트를 위한 작업 지시를 내리고 오후 9시까지 현장 테스트에 참가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뒤에도 테스트 자료가 나오는 오후 11~12시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했다. 개통 지연의 직접적 원인인 요금정산 시스템을 책임지는 설비부 정보통신팀의 고충은 더 컸다.

이들은 3명씩 2개팀으로 나눠 새벽 3~4시까지 맞교대 야근을 한 뒤 간이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정상 근무에 들어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도시철도국의 한 직원은 "정말 열심히 일해 미세한 오류도 시정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막상 개통시간이 다가오니 초조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이 잘 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도시철도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24일 오전 7시 운행을 시작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