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 아니더라도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꽁초를 버립니다. 구걸하는 사람들은 깡통에 미리 약간의 돈을 넣어두고,홈쇼핑 사회자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도 "주문이 폭주 중"이라고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로버트 치알디니의 말처럼 '사회적 증거'가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선택 딜레마죠.

교통체증이 심한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체의 원인은 도로 한가운데에 떨어진 매트리스이고,그곳만 벗어나면 길이 잘 뚫리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운전자는 매트리스를 치워 정체를 해결하려고 나서기보다 얼른 그곳을 지나쳐 자신만이라도 시원하게 달리는 쪽을 택한다고 합니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이 말하는 '매트리스의 딜레마'죠.

작가 이용범씨의 신작 《인간 딜레마》(생각의나무 펴냄)는 이 같은 심리상태와 인간의 근본을 세 개의 딜레마라는 렌즈로 비춥니다. 세 개의 렌즈란 '선택,도덕,섹스'입니다. 그는 인간이 딜레마 앞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우선 가치로 삼는 DNA'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남녀의 '짝짓기'에 얽힌 딜레마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성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지요. 쾌락과 행복을 주는 반면 질투와 폭력을 불러일으킵니다. 동물로서의 번식 본능과 어긋나지만 일부일처제처럼 인간의 짝짓기 문화는 '동물인 동시에 인간'인 사람의 딜레마를 보여주지요. 인간의 성(性)은 동물로서의 짝짓기 공식에 '인간성'이라는 옷을 입힌 것이니,야누스의 딜레마를 뛰어넘을 출구가 이곳에 있지 않을까요.

저자의 결론처럼 '유전과 진화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으며,인간이 공들여 쌓아온 문화조차 본성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인간의 본성부터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