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시장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분야가 약주 시장이다. 대표 브랜드인 '백세주'를 생산하는 국순당의 매출은 최근 5년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한번에 20여개의 신제품을 쏟아내거나 주력 제품을 약주에서 막걸리로 돌리고 외식 사업을 강화하는 등 매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약주 업체들의 현주소는 바닥 수준에 가깝다. 국순당의 매출은 2003년 1319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5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540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405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어 매출이 더 감소할 경우 적자가 날 판이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의 친동생인 배영호 대표가 운영하는 배상면주가의 사정도 비슷하다. '산사춘'이 주력인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가량 감소했으며,영업이익은 47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됐다.

약주 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소주의 저도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주 알코올 도수가 떨어져 약주와의 차별성이 줄면서 소비자들이 값싼 소주를 선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십세주(소주+백세주)'에서 '소폭(소주+맥주)'으로 음주 패턴이 바뀐 것도 백세주의 매출 감소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백세주 인기가 한창이던 2003년에 22도였던 진로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 3월 18.5도까지 내려갔다. 소주 저도화와 백세주 매출 하락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새 소주 1도가 떨어질 때마다 백세주 매출은 22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세주와 산사춘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85%를 차지하는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칠 각오를 보이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다음 달 복분자로 만든 7도짜리 RTD음료(저알코올 혼합 음료)를 내놓고 9월에는 마늘,생강 등 지자체 특산물로 만든 증류주 20여종을 한꺼번에 내놓을 예정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최근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내놓아 수익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은 약주 '백세주'보다는 요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막걸리에 더 목을 매는 모습이다.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지난주부터 생막걸리 판매량이 하루 2만병으로 당초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섰다"며 "올해 비가 자주 오면서 막걸리 수요도 늘어 당분간 막걸리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식 사업인 '백세주마을'의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