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새로운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일제히 급등세를 탔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높아져 은행주들은 자본 확충이 용이해지고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민영화 이슈가 있는 우리금융기업은행은 연기금의 지분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 및 비금융 자회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자본 계열 증권사와 함께 금융자회사를 핵심 자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그룹주 등도 주목되고 있다.

◆은행주 M&A · 민영화 가속

23일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각각 3.63%,8.00% 올랐고 부산은행(5.74%) 전북은행(5.47%) 대구은행(6.69%)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KB금융지주 신한지주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엄격하게 유지되던 금산 분리 원칙이 이번 법안 통과로 대폭 완화되면서 민영화가 기대되는 정부 소유 은행과 지방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법 통과에 따른 수혜주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보유 한도가 현행 4%에서 9%로 확대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 상향으로 실질적 대주주가 없는 주요 은행들의 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높아 향후 은행 간 인수 · 합병(M&A)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은행지주회사 지분 규제 완화로 산업자본 연기금 사모투자펀드(PEF) 등으로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고 자본 확충이 용이해져 대형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민연금이 금융자본으로 인정되면서 정부 소유 은행들의 민영화에서 지분 인수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의 최대 수혜주로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하나금융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가 용이한 데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사실상 M&A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은 0.62% 오르며 나흘 연속 상승했다.

◆그룹 계열 증권주도 급등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체 등 비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보유하는 것도 허용되면서 삼성그룹의 수혜가 예상됐지만 삼성카드가 2.86%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 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축으로 '삼성지주회사'가 출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만 현실적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어서 이번 법안 통과가 당장 가시적인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산업자본 계열 증권주들이 주목을 받았다. SK증권은 최신원 회장의 지분 추가 매입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한가로 치솟았고 한화증권(7.08%) HMC투자증권(4.55%) 유진투자증권(3.86%)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보유 허용으로 금융지주회사법에 맞물려 국회 통과가 지연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반 지주회사가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어 금융자회사를 소유한 준지주회사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준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동양그룹과 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