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탄탄하게 다진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의 위력을 보여줬다. " 23일 서울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빌딩에서 열린 2분기 IR(기업설명회)에서 현대자동차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애널리스트 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는 2분기 8조799억원의 매출과 6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컨센서스) 7조8702억원보다 2.6% 많았고,영업이익은 컨센서스(5145억원)보다 27% 이상 높았다. 2분기 순이익은 8119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제 지원 업고 날아오른 현대차

수출 부문에서 고환율 효과가 이어진 가운데,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과 중고차 가격보장 프로그램 등 자신감 넘치는 마케팅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내수 부문이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양호한 성적을 내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는 2분기 수출 21만7725대,내수 18만5387대 등 40만3112대를 판매했다. 수출은 글로벌 시장의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감소했지만,도요타 혼다 등 유력 해외경쟁업체들에 비해서는 선방한 편이다.

내수는 15.7% 증가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이 컸던 고가 · 고마진의 중대형 및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내수 판매가 급증해 이익률이 더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분기 내수 매출은 4조3390억원(비중 53.7%)으로 수출(3조7410억원)을 앞질렀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해선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내수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수출 회복세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정태환 현대차 부사장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상반기 4.3%에서 하반기엔 5.1%로 끌어올리는 등 해외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회 내팽개치고 파업 나선 기아차

기아자동차는 23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화성,광주 등 전 공장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차 파업은 1991년 이후 19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연례행사가 됐다. 회사측은 "정부의 세제혜택 덕분에 가까스로 경영위기를 벗어난 마당에 국민 정서에 역행하며 파업에 나선 노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기본급 8만7709원(5.5%) 인상,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주간연속 2교대제 즉시 시행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췄다. 노조원 1800여 명은 오후 2시께 현대 · 기아차 본사 주변에 집결,'임금인상' 등을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부분파업과 달리 전면파업은 공장은 물론 전국 출하장과 서비스센터까지 업무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날 하루에만 1000여 대의 차량이 출고되지 못했고,1500여 건의 차량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컸다.

노조는 지난 15~16일 주 · 야 6시간씩 부분파업을 했고 21일엔 주 · 야 4시간,22일엔 주 · 야 6시간씩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24일에도 잔업을 거부하기로 확정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다 들어주면 경쟁력 상실로 고용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휴무 GM대우와 파산위기 쌍용차

GM대우자동차는 글로벌 판매 부진에 대응하고 설비점검을 위해 부평 1,2공장과 군산공장 가동을 하계휴가 기간을 포함,최장 16일간(토 · 일요일 포함) 멈추기로 했다. 젠트라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은 내달 3~7일 모든 공장에서 5일 동안 공통적으로 실시하는 하계 휴가 휴무에 앞서 오는 27~31일 공장가동을 중단한다.

토스카와 윈스톰을 만드는 부평 2공장 역시 하계휴가 외에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임시 휴무에 들어간다. 라세티 프리미어를 생산하는 군산공장도 오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휴무를 실시한 뒤 하계 휴가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뉴GM 출범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국내외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휴무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조가 64일째 평택공장을 불법 점거중인 쌍용자동차는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문닫는 부품사들이 늘고 판매망은 거의 와해된 상태인데다 유일한 희망인 신차 C200(프로젝트명) 출시도 또다시 늦춰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부 협력업체들조차 '차라리 파산시키는 게 낫다'며 등을 돌릴 만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상열/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