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약발' 소진…지속여부 수출에 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2.3%로 높게 나타났지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2분기 고성장의 배경으로 꼽은 것은 크게 4가지.자동차 구매 세제 혜택에 힘입은 민간 소비 증가세,LCD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 증가,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설비투자 플러스 전환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은 하반기에 큰 폭으로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상반기 중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서 예산의 60%를 이미 썼다.

여기에다 자동차에 대한 세제 혜택 효과는 벌써부터 줄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30% 감면이 끝난 데다 노후 자동차 교체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수요도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고 있다.

김명기 한은 통계국장은 "하반기에 재정 투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자생적인 경기 회복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자생적인 성장의 모멘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인데 고용 사정이 빠르게 좋아지기는 쉽지 않다"며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를 증대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수가 2분기처럼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내수가 이처럼 약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성장을 이끄는 힘은 수출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 수출 역시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더블딥(경기 일시 반등 뒤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 때문에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상반기 대비 0.3%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하반기에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전망치로 3분기 0.5%,4분기 0.4%를 제시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고용이 부진하고 소득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3분기엔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를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하반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출구전략(Exit Strategy,위기 후 유동성 회수 조치)'을 연내에 본격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2분기 깜짝 성장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도 "출구전략에 대한 판단은 적어도 3분기 GDP 통계가 나오는 10월 말 이후에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