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30세 남성 고객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미래를 위해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가운데 한 가지는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더니 선뜻 종신보험을 선택한 고객이다.

통상 젊은 세대는 연금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다소 의외였다.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는데,생전에 가입해놓으신 보험으로 가족들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어요. 저도 나중에 결혼하고,자식도 가질 텐데 종신보험부터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가입이유를 듣게 된 필자는 주보험은 종신보험으로 설계한 뒤 특약으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을 추가할 것을 권유했다. 주보험으로는 사망 위험을,특약으로는 질병 위험을 보장할 수 있다면 크고 작은 위험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실손보험은 실제로 들어간 의료비를 내주는 상품이다.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보장범위도 넓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 최근 금융당국은 8~9월 과도기를 거쳐 10월부터 보상범위 축소 등 제도를 변경한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당분간 실손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변경 내용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10월부터 보장한도가 90%로 제한된다. 쉽게 말해 의료비의 10%는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간 본인부담금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 90%까지 보장되며,만약 본인부담금이 200만원을 넘게 되면 전액 보장해준다. 의료비가 큰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가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실손보험이 3년마다 갱신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3년마다 의료비의 증감이나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 또는 인하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과도기라고 할 수 있는 8~9월에 100% 상품에 가입하게 되더라도 3년 뒤 갱신하는 시점에는 보장한도가 90%로 바뀌게 된다.

보험사의 중복 가입여부 확인도 의무화됐다. 실손보험은 실제 들어간 병원비를 내주는 상품으로 중복 보상이 되지 않고 비례 보상 원칙이 적용된다. 여러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해도 보험금이 이중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가 이를 확인해 서명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대부분 특약 형태로 종신보험이나 치명적 질병(CI)보험,건강보험,통합보험 등에 부가된다. 따라서 어떤 상품이 좋은지를 따지기에 앞서 어떤 주보험을 선택할지를 먼저 정한 뒤 실손보험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실제 들어간 치료비만큼 보험금을 받게 되면 다른 상품에 가입할 필요없이 이 상품 하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 그러나 이는 실손보험을 과장 해석한 데에서 나온 오해다. 실손에도 보장이 되지 않는 항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망이나 뇌경색,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은 부족하다. 따라서 종신보험이나 CI보험 등 정액보험의 보완재적 성격으로 인식해 조화롭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