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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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 엘리베이터 안.호랑이로 소문난 부장이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누군가의 손을 제치고 열림 버튼을 누른 채 기다린다. 다들 놀라 밖을 보니 임신한 여직원이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부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물러나라고 눈짓한다.
출산 장려를 위한 공익광고가 아닌 자양강장 드링크 광고다. 들여다보면 앞뒤가 다소 안맞는 대목도 있다. 이미 배가 한참 부른 상태인 만큼 출산까지 길어야 서너 달가량 남았을 것같은데 "앞으로 열 달 동안" 운운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광고는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뿐이랴.직장마다 저런 부장이 많다면,윗사람들이 앞장서서 저런 의식과 태도를 보여준다면 여직원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느낄 테고 그러면 아이 낳기가 한결 수월해질 텐데 싶어진다. 어쨌거나 이런 광고가 나온 걸 보면 세상 많이 변했구나 생각되는 것도 물론이다.
광고는 이렇게 시대와 사회의 현실 혹은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동시에 보는 사람(소비자)의 사고와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광고를 '기업(광고주)의 이익 추구를 위한 사적(私的)인 행동인 동시에 대중의 언어 습관 사조를 좌우하는 사회적 행동'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출산장려금을 더 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7년 신생아 중 셋째아이 출생비율은 8%밖에 안되는데 다섯째를 낳으면 2000만원을 준다는 식의 대책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효를 거둘 수 있다'에 표를 던질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출산장려금을 중단한 마포구의 출산율이 거액을 내건 강남구와 서초구보다 높다는 사실 역시 장려금 위주 저출산 대책의 무용성을 일깨운다. 출산율을 높이자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거북스럽지 않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비 걱정은 그 다음이다. 여성들의 희망사항은 간단하다. 임신 즉시 근무처에 털어놓은 다음 모두에게 축하받고 광고에서처럼 특별한 혜택 아닌 작은 배려 아래 일할 수 있는 풍토다.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서 내 '폭탄'으로 여겨진다며 씁쓸해 하는 여성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계 최저 출산율 탈피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출산 장려를 위한 공익광고가 아닌 자양강장 드링크 광고다. 들여다보면 앞뒤가 다소 안맞는 대목도 있다. 이미 배가 한참 부른 상태인 만큼 출산까지 길어야 서너 달가량 남았을 것같은데 "앞으로 열 달 동안" 운운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광고는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뿐이랴.직장마다 저런 부장이 많다면,윗사람들이 앞장서서 저런 의식과 태도를 보여준다면 여직원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느낄 테고 그러면 아이 낳기가 한결 수월해질 텐데 싶어진다. 어쨌거나 이런 광고가 나온 걸 보면 세상 많이 변했구나 생각되는 것도 물론이다.
광고는 이렇게 시대와 사회의 현실 혹은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동시에 보는 사람(소비자)의 사고와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광고를 '기업(광고주)의 이익 추구를 위한 사적(私的)인 행동인 동시에 대중의 언어 습관 사조를 좌우하는 사회적 행동'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출산장려금을 더 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7년 신생아 중 셋째아이 출생비율은 8%밖에 안되는데 다섯째를 낳으면 2000만원을 준다는 식의 대책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효를 거둘 수 있다'에 표를 던질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출산장려금을 중단한 마포구의 출산율이 거액을 내건 강남구와 서초구보다 높다는 사실 역시 장려금 위주 저출산 대책의 무용성을 일깨운다. 출산율을 높이자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거북스럽지 않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비 걱정은 그 다음이다. 여성들의 희망사항은 간단하다. 임신 즉시 근무처에 털어놓은 다음 모두에게 축하받고 광고에서처럼 특별한 혜택 아닌 작은 배려 아래 일할 수 있는 풍토다.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서 내 '폭탄'으로 여겨진다며 씁쓸해 하는 여성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계 최저 출산율 탈피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