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을 너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쳐 잡으면 볼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

이병철 고 삼성 회장을 비롯 숱한 유명인과 라운드를 한 '노장' 톰 왓슨(60 ·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에게도 뼈 있는 어드바이스를 해준 적이 있다.

사진은 1993년 9월20일 백악관 로즈 가든.레이 플로이드 등 미국 대표선수들이 그 나흘 후 영국에서 열리는 라이더컵(미국-유럽 남자프로골프대항전)에 출전하기에 앞서 백악관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 자리에서 미국팀 단장 왓슨이 '골프 마니아'인 클린턴을 한 수 지도했다.

집권 첫 해였던 클린턴은 당시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많이 거두고,서민들의 세금을 경감해주는 세제개편을 하려고 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많아 공화당 편에 섰던 선수들은 그래서 환송식 자리가 거북할 것으로 생각하고 가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왓슨이 골프 클럽을 쥐어보이며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님,골프 그립은 정치와 흡사합니다. 너무 오른쪽으로 돌려 잡으면 볼은 왼쪽으로 가버려 난관에 봉착합니다. 또 너무 왼쪽으로 돌려 잡으면 이번에는 볼이 오른쪽으로 가버립니다. 두 손이 마주보게끔 정확히 그립을 해야…."

스트롱 그립을 하면 훅성 구질이 나오고,위크 그립을 하면 슬라이스성 구질이 나오기 때문에 '뉴트럴 그립'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극단적인 정책을 펴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었다. 그 뜻을 모를 리 없는 클린턴은 파안대소를 한 뒤 "당신 말이 맞소!"라며 한 발 물러섰다고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