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고셔병 등 희귀질환 치료… 제약업계, 2조원대 시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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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치료비 많게는 2억~3억… 각 국 조달 체제로 안정적 시장
#1. 국내 중소 제약회사인 프라임팜텍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루게릭병 치료제 '유스뉴로솔루션'에 대해 시판 승인을 받았다. 비록 2014년까지 최종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세계적으로 루게릭병 치료제가 특정 국가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는 환자 15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루게릭병은 척수신경이나 간뇌 운동세포의 60% 정도가 점진적으로 사멸하면서 신경 장애→근육 퇴행→운동 장애로 이어지는 치명적 희귀질환.유서홍 프라임팜텍 대표는 "임상 결과 루게릭병 진행 속도를 40% 가까이 늦추면서 평균수명을 5배 정도 늘리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물질특허를 이미 확보한 만큼 해외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 이수앱지스는 최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남미는 이 회사가 복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인 고셔병 치료제의 핵심 시장.몸 안의 독소를 없애주는 효소를 만들지 못하는 고셔병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이미 한 건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태며 중동에도 조만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게릭병 고셔병 등 환자 수가 극소수인 희귀질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제약 · 바이오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희귀질환은 대다수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로 환자수가 많은 암 당뇨 고혈합 등 주요 질병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특별한 치료제가 없거나, 소수 해외 바이오 업체가 독점해온 탓에 값이 비싸 개인이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치료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조달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 수는 수천명에서 수십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부 질환은 1인당 치료비가 많게는 연간 2억~3억원에 달해 전체 시장이 1조~2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고셔병 치료제의 경우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젠자임이 개발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세레자임'의 시장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곧 1조원 가까이 형성될 것이란 것이 이수앱지스의 전망이다. 최창훈 대표는 "값이 오리지널 약품의 50~80% 선에 불과한 만큼 효과만 검증되면 오리지널 치료제를 대체하겠다는 해외 국가가 많다"며 "일단 현지 정부조달시장만 뚫으면 시장 선점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도 시장 확보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IY5511'에 대한 임상 1상을 서울대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노바티스의 글리벡을 대체할 만한 의약품으로 평가된다"며 "올해 2상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항문 주변 조직에 농양 변실금 등을 유발하는 크론씨병 치료제 '아디포플러스'의 국내 임상 1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이 병은 국내에 환자가 5만여명 있으며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계 첫 세포치료제로 기대가 크다"며 "최근 임상 결과 항문 주변에 여러 개의 항문이 생기는 증세가 사라지는등 효과가 확인돼 이르면 2~3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질병관리본부 희귀의약품 팀장은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6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증된 치료제는 10여종에 불과해 아직 미개척 분야와 같다"며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는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부터 활성화한 뒤 독자적인 희귀 신약개발을 시도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