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2년 전 중단한 '하드블록' 방식의 항공권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하드블록이란 여행사가 미리 돈을 내고 좌석을 일괄 구입한 뒤 여행객에게 팔아온 관행을 말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방콕 푸껫 세부 등 동남아시아 주요 노선 정기편 항공기 좌석을 올여름 성수기부터 하드블록 방식으로 판매했다. 지금까지는 여행사별 판매 실적에 따라 항공사가 좌석을 배분해 주되 돈을 미리 받지 않는 '시리즈 블록' 방식을 적용해 왔다.

하드블록은 여행사로서는 낮은 가격에 좌석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관광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항공사는 빈 좌석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2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 · 여행업계에서 관행처럼 통용됐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과도하게 좌석권을 넘기고 여행사가 이를 다 팔지 못한 채 상당한 손실을 떠안게 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여행사들은 팔지 못한 항공권을 초저가 여행상품으로 만든 뒤 여행객을 모아 쇼핑과 원하지 않는 옵션을 강요,소비자 피해가 많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문제가 불거지자 2007년 여름 성수기부터 하드블록 방식의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다.

하드블록 판매를 재개한 데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여행사들이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하지 못한 항공권 구입 비용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돌려주고 있어 과거에 문제가 됐던 하드블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항공사가 여행사에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하드블록을 다시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플루 등으로 성수기 항공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항공사가 고육지책으로 하드블록에 손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