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 설비투자의 10%를 세금에서 빼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세액공제) 폐지 여부를 놓고 정부와 재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글로벌 위기 탈출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다 보니 나라 살림이 빠듯해졌다며 연말로 끝날 예정인 임투세액공제를 더 이상 연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최고 30%(대기업의 경우)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새로운 투자 유인책을 검토 중이어서 임투세액공제를 중단하더라도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설비투자를 독려하면서 투자 활성화 조치를 거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에도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임투세액공제는 연간 2조원 정도에 달했다"며 "이 조치를 중단하면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그만큼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투세액공제 대상은 주로 중 · 장기 시설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 경우가 많아 R&D 세액 공제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세제 혜택마저 사라진다면 투자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재계의 주장과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토대로 다음 달 중순까지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임시투자세액공제=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제26조)에 따라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현재는 투자액의 10%)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1982년 도입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폐지한 후 나빠지면 다시 도입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27년 중 20년에 걸쳐 시행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