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 탄력을 잃고 약세로 돌아섰다.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긴 데다 정부가 투기지역 확대 등을 거론하며 과열된 주택시장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시가 재건축할 때 전체 세대수의 20%를 전용면적 60㎡ 이하로 지어야 한다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확정한 데다 여름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매수세도 크게 줄었다.

26일 국토해양부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1000만~4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7㎡형(공급면적 34평)은 지난달 중순 최고 13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2억6000만원으로 4000만원 떨어졌다. 이달 초 15억5000만원 선이었던 전용 83㎡형도 2000만원 내렸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A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시장을 규제하고 있다는 분위기로 인해 매수심리가 사라졌다"며 "거래가 지난 두 달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도 거래부진 속에 매도 호가가 떨어졌다. 개포1단지 전용 36㎡형(공급면적 11평)은 지난달 하순 사상 최고가인 7억원에 거래가 체결되면서 호가는 더 비쌌지만 지금은 7억원 이하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달 10억원에 팔렸던 전용 50㎡형도 9억8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매수자가 없는 상태다.

B공인 관계자는 "매수자의 문의전화보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떠보는 전화가 더 많아 가격 오름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약세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실제 5층 이하 저층인 개포 주공5~7단지뿐만 아니라 중층 재건축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 압구정동 현대,강동구 둔촌주공 등도 매수 문의가 끊겼다. 실거래가도 2500만원 정도 빠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 둔촌 주공4단지(10층) 전용 100㎡형(34평)은 9억2000만원까지 오르다가 지난주 9억1000만원에 팔리며 실거래가 기준으로 1000만원 내렸다. 이달 초 6억5000만원 하던 둔촌주공3단지(10층) 전용 72㎡형(공급면적 23평)은 최근 6억2500만원에 팔렸다.

재건축 아파트가 약세로 돌아서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달 마지막주 0.8%에 이르렀던 상승률은 이달 넷째주에는 0.13%로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5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어 호가가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려는 사람들이 오름세가 이어질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개업소가 휴가를 떠나는 등 여름 비수기까지 겹쳐 거래가 줄어들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